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바뀌는 KB 차기회장 판세

하영구 급부상… 이동걸·윤종규 맹추격

후보4명 압축 회추위 16일 열려… 14일 사퇴 하 행장 행보에 주목

정관계 인맥 구축… 입지 탄탄


검투사 황영기·합리적 김기홍 마지막까지 다크호스로 꼽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최종 4명으로 압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16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기존의 후보 구도 판세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KB 노조의 지원을 받는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등 내부 출신 후보 또는 정권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경합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에는 외부 출신인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상당히 치고 나오는 분위기다. 회추위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회추위가 회장 후보 조건으로 내세운 전문성이나 글로벌 역량 등을 고려해도 내부 출신보다는 외부 출신이 유리한 판세로 읽혀진다. 급부상하고 있는 하 행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도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KB 회장에 도전하는 하 행장은 최근 씨티은행 이사회에 사임의사를 전달했다. 하 행장은 이르면 14일 대직원 메시지를 통해 사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예상했던 수순이기는 하지만 하 행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은행장직을 던지는 배수진을 치면서 금융권이 하 행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금융당국과 사외이사 주변을 통해 판세를 파악해본 결과 하 행장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 내부에서는 여전히 하 행장에 대한 이질감이 크지만 외부에서 보면 하 행장의 입지는 상당히 탄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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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행장은 지난 14년의 행장 시절 동안 정관계에서 다양한 인맥을 구축해왔다. 특히 금융당국 수뇌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 행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측면 지원한 것에 대해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인연이 있는 점도 하 행장의 인맥에 가산점을 주는 이유다. 조 수석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 씨티은행의 각종 행사에 자주 참석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다만 씨티은행이 하 행장 시절 실적 하락으로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에 대한 KB 내부의 반발을 무마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잠시 몸담았던 이 전 부회장 역시 여전히 유력한 후보이지만 초반에 비해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면접에서 임영록 전 회장보다 점수를 더 얻고도 '뜻하지 않은 변수'로 밀려난 아픔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부회장은 최근 '친박' 논란을 일축하며 전문성으로 승부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복사대부고 출신으로 범 TK(대구·경북) 인맥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그의 강점이자 약점으로도 꼽힌다. 전문성 측면에서도 은행·증권·캐피털 등을 두루 거쳐 모자람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KB의 경쟁 상대인 신한에서 결국은 회장에 오르지 못한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대한 KB 내부의 반말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KB 내부 출신 중에서는 김옥찬 전 부행장이 사퇴하면서 윤 전 부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올라 있다. 윤 전 부사장은 정통 KB맨은 아니지만 KB에서 재직기간이 가장 길고 KB가 가장 '잘나가던' 김정태 전 행장 시절의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KB 내부적으로 '리딩뱅크' 시절에 대한 향수는 윤 전 부사장에게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은 감독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다. 과거 회계 문제로 징계를 받았지만 당국 내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전직 금융당국 수장)는 말이 나온다.

'검투사' 황영기 KB 전 회장은 여전히 다크호스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개인적 명예회복 때문에 다시 나선 것이 아니다"라며 "망가진 조직을 추스르고 싶다"고 밝혔다. 지주 회장으로서 KB를 한 차례 이끌었던 경험은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회추위가 다소 부담을 무릅쓰고 황 전 회장을 후보군에 다시 올린 것도 그의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본인은 "(징계 문제로) 더이상 당국에 대한 원한이 없다"고 하지만 황 전 회장에 대해 감독당국의 거부감은 여전히 적지 않다.

김기홍 전 수석 부행장 역시 합리적이면서도 깔끔한 일 처리로 점수를 많이 얻는 인물로 4인 후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승우 딜로이트 회장, 지동현 전 부사장도 4인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내부와 외부의 교직을 위해 포함되고 이를 통해 복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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