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형제 분할구도 속 핵분열 가속화 할듯현대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왕회장'으로 통했던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타계는 현대 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이미 정몽구(MK) 현대ㆍ기아차 회장과 정몽헌(MH) 현대건설ㆍ아산이사회 회장, 정몽준(MJ) 중공업 고문 등 3형제 분할구도로 자리를 잡아 가면서 현대의 핵분열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MK는 장자로서 정 명예회장의 장례 일체를 관장, 현대가에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는 현대의 분할로 10대그룹의 얼굴이 바뀌는 등 재계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현대전자ㆍ현대투신증권 등의 독립으로 산업전반의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재편되는 현대
MH의 현대본가와 MK의 자동차 소그룹, MJ의 중공업 소그룹, MH계에서 떨어져 나와 상반기중 별도로 독립하는 전자 소그룹 등으로 분리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ㆍ현대투신ㆍ현대투신운용은 미국 AIG와 매각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예상보다 분리작업이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AIG가 정부에 51대49의 비율로 투자를 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어서 분리를 코 앞에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당초 오는 2002년 상반기에서 6개월 앞당겨 올해내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본가는 건설과 새로운 지주회사인 상선을 대표로 엘리베이터와 석유화학을 거느린 새로운 모습으로 체제를 정비하게 된다.
MK계열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ㆍ인천제철ㆍ하이스코로 구성돼 있다. MK는 앞으로 한층 강화된 지배력으로 차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MK의 현대차 지분은 3.65%로 우호지분인 자사주 10.38%를 합해도 14.03%에 불과하다.
그러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말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2.69%를 사들임에 따라 지분 10.0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MK는 현대차에서 우호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24.12%의 지분을 확보, 차그룹의 지배력을 크게 강화하게 됐다. 최근에는 중공업과 지분교환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법적으로 현대본가와 완전히 분리됐으며 앞으로는 업무협조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MH 계열은 앞으로 건설과 상선을 중심으로 그룹을 형성할 전망이다. 건설은 유동성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태'로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상선은 새로운 지주회사로서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
엘리베이터가 상선의 최대주주로 되어 있지만 이는 과도기적 성격이 짙으며 실질적으로는 상선이 소그룹의 중심에 있다. 이외에도 현대아산과 석유화학 등이 본가에 남게 된다.
MJ계열은 중공업ㆍ미포조선에다 위탁경영중인 삼호조선 등 조선 전문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상선이 가지고 있는 중공업 지분(12.46%)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계열분리 시기가 결정된다.
이는 주식시장의 흐름과도 관련이 깊어 현재와 같은 침체장이 계속될 경우 매각ㆍ매입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연내 계열분리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종금은 최근 한화종금에 합병시켜 2대 주주로서 사실상 소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
전자전자는 MH계열의 상선이 9.25%, MJ계열의 중공업이 7.01%를 가지고 있어 이들이 가진 지분을 어느 곳으로 넘기느냐에 따라 주인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외국 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상반기 안에 현대와 관계없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판도 변화
정주영 명예회장의 타계로 현대의 핵분열이 가속화되면서 재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1위에 올라있던 현대는 소그룹으로 분리, 빅3에서 밀려나게 된다.
지난 99년 재계 순위 1위(자산 88조6,000억원)에서 자동차 소그룹의 분리로 그 자리를 삼성(88조6,000억원)에 내주면서 2위(54조6,000억원)로 밀렸다.
이어 올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올해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세력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분리가 완료되면 5위(25조4,000억원)로 처지게 된다.
그러나 MH의 본가는 물론 이미 계열분리된 현대ㆍ기아차 그룹과 올해내 분리되는 현대전자와 현대중공업이 모두 10대 그룹안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소그룹(34조원)은 재계 5위에서 본가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서고 전자(20조4,000억원)는 7위, 중공업 소그룹은(11조8,000억원)은 금호(11조5,000억원)와 한화(11조4,000억원) 등 덩치가 비슷한 그룹들과 10위권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핵분열 속에서 거점은 더 늘리는 셈이다. 정주영의 그늘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