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제2의 잘만테크는 없을까


"소주 한 병과 자필유서 들고 한강 다리에서 만나시지요."

최근 한 주주가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의 인터넷 종목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섬뜩하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되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투자자들의 심정만은 이해할 수 있다.

잘만테크 주가는 모회사인 비상장사 모뉴엘이 느닷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계부정과 불법대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3분의1 토막이 났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22일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1,510원이던 주가가 575원으로 내려앉았다. 상장폐지 될 것이라는 말조차 나온다.


박민석 잘만테크 대표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의 친동생이다. 그 역시 친형과 같은 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게다가 박민석 대표는 올해 8월 캐나다로 출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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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PC 하드웨어 부품 전문기업인 잘만테크는 2011년 7월 모뉴엘에 인수된 후 영업이익이 매년 급상승해왔다. 2011년 14억원에서 2012년 22억원, 2013년 54억원으로 매년 2배가량 증가했다. 올 초에는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모회사인 모뉴엘의 로봇청소기 사업이 호조를 보이는데다 탄탄한 이익 상승세를 이어온 잘만테크는 투자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허상이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여러 정황을 보면 잘만테크의 재무제표 대부분은 조작된 거짓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제2의 모뉴엘·잘만테크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회계감사는 구조상 피감법인이 제공하는 정보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확히 하려고 해도 피감법인이 회계법인을 속이려고 작정하면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해당 기업이 회계법인을 포함해 시장에 거짓 없는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이 전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이번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상존한다. 오죽하면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전체 상장사들의 회계부정 실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라는 말이 나올까. 과거 '고섬사태'에서 보듯 해외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 큰 걱정은 회계부정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다른 상장사들이 제공하는 기업정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상장사와 투자자의 신뢰가 깨지면 자본시장의 근간은 통째로 흔들린다. 투자자들은 믿을 수 없는 기업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그동안 공들여온 지난 시간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찾아내서 막아내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시장에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인은 절대로 재기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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