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이 내린 직장의 첫출근

양천식 신임 수출입은행장의 첫 출근길이 막혔다. 노조가 신임 행장의 출근길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되풀이되는 현상이 또 시작된 것이다. 양 행장은 11일 아침 취임인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여의도 본사로 들어가려는 순간, 노조원 200여명이 길을 막았다. 취임식은 무산됐고, 신임 행장은 인근 호텔에 집무실을 마련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은행 노조는 최고경영자(CEO)의 첫 출근을 저지하는 것을 마치 특권처럼 여기고, 통과의례처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취임 때도 노조는 그의 첫 출근을 막았다. 올들어 제정무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취임을 노조가 한달가량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결국 공권력까지 투입돼 노조는 물론 협회까지 상처를 입었다. 신임 CEO의 취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주장은 언제나 ‘낙하산 인사’ 반대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CEO가 낙하산으로 취임할 때 경영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노조의 명분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의 취임 때도 ‘예상했던’ 대로 되풀이되는 노조의 반대 투쟁은 이제 일종의 ‘이벤트’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퇴임한 전 신동규 행장의 취임 때도 반대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신 행장 재임 시절 수출입은행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 2003년 9조원대에 불과했던 여신 규모가 올해 16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4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2,245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부실여신 비율은 0.16%로 업계 최저를 자랑하고 있다. 양 신임행장도 재정경제부 시절 금융 관련 요직을 두루 걸친 금융통으로 국제협력과장 재직 때는 수출입은행 업무도 담당한 인물이다. 한국 금융권의 몸집은 선진국처럼 커졌지만 국제경쟁력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게 국제평가기관들의 지적이다. 노조가 CEO의 출근길을 저지하는 관행이 금융권의 국제경쟁력을 발목 잡을 뿐이다. 국책은행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직장에서 노조는 CEO의 머리 꼭대기에 서 있는 신적 존재인가. 신이 내린 직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떨어내는 것도 신임 행장의 중요한 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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