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역보복 위협 부른 식품행정의 난맥상

‘말라카이트 장어’를 비롯해 ‘납 김치’ ‘기생충 김치’로까지 이어진 중국산 먹거리에 대해 국민의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ㆍ중 통상마찰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불량식품으로 골탕을 먹고 정부는 정부대로 통상마찰에 휘말릴 소지가 높은 셈이다. 식품안전을 둘러싸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중국산 민물고기에서 발암 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되자 국내산은 괜찮다고 했다가 두 달도 채 안되어 국내산에서도 검출되는 난센스가 벌어졌다. 중국측은 한국산에서도 검출됐는데 사전통보도 없이 중국산만 탓하느냐는 불만이다. 더욱이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발표한 게 불과 11일 전인데 이젠 기생충 알이 나온다니 국민의 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측마저 한국산 수입화장품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분을 비료로 쓰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 검사는 생각도 못해봤다”는 변명이 우스울 뿐이다. 우리는 지난 2001년 마늘 수입규제 문제로 중국과 한차례 통상분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중국측이 휴대전화 등의 수입규제로 압박해오자 결국은 농가에 마늘파동만 일으키고 굴복한 사례가 있다. ‘중국산 김치’와 관련 아직 중국측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으나 언제든지 ‘무역보복’에 나설 소지를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 식탁안전을 위해 수입식품에 대해 철저한 검역을 실시해야겠지만 특정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무책임한 발표로 통상마찰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김치파동을 계기로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식품안전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식품안전과 관련해 무려 8개 부처와 230개 법규에 걸쳐 업무가 흩어져있는 구조적 맹점을 개선해 부처간 이기주의와 혼선을 막아야 한다. 식품행정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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