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3일] 심기 불편한 '원외 대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진두지휘해야 할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일정을 접은 상태다. 이번주는 박 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 정도에만 참석했다. 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피로가 쌓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리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대표 취임 이후 계속된 강행군으로 탈이 난 것이다. 실제 박 대표는 최근 오른쪽 눈이 계속 충혈돼 불편했다. 서울대 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진단 결과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몸보다는 마음의 병이 깊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4월 총선 때 낙천한 뒤 당 대표에 취임하며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원외라는 한계로 각종 국정현안에서 계속 뒷방 신세로 내몰리면서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동안 청와대의 당대표 무시는 끊이지 않았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감세법안처럼 예민한 정책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 특히 경제팀 교체 등 내각개편에 대한 당 안팎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격주로 열기로 했던 주례회동은 걸핏하면 일방적 연기로 부정기 회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남 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박 대표가 취임 이후 당내분란을 비롯해 주요 현안에 있어 몸을 던져 막아왔는데 청와대를 비롯해 원내 지도부가 계속해 홀대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박 대표의 심기가 편치 않음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 대표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재보선 출마설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표는 손사래를 치지만 당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경기 부평을이나 경남 양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박 대표로서는 원외 대표의 한계를 극복할 기회다. 물론 이전 지역구는 경남 남해로 두 지역은 연고가 없다. 하지만 재보선에 성공해 다시 국회로 되돌아오면 그의 위상이 달라질 게 분명하다. 당장 원외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뒀던 원내 지도부가 견제에 나설 수 있다. 청와대도 더 이상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당의 ‘얼굴마담’으로만 대접하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에 재입성하면 후반기 국회의장까지 가능하다. 박 대표의 또 다른 도전, 많은 기회를 갖게 하는 6선 고지에 나설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