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4~5% 정도 되고 물가상승률이 2~3%라면 소박한 경제상식으로 볼 때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 수준은 돼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는 콜금리가 4.5%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또 다른 한쪽에서는 4.5%인 현재의 콜금리 수준이 높다면서 인하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바로 이게 (한은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주최로 열린 ‘우리경제의 현황과 과제’ 강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의 이러한 언급은 시중유동성이 여전히 과잉인 상태에서 콜금리 수준을 좀 더 끌어올리려는 통화당국의 입장과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정부 및 정치권 사이에 한은이 처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강연에서 이 총재는 최근의 경기 흐름과 관련해 “경기가 단기적으로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이 문제보다 성장 잠재력 저하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 현재 제기되는 경기부양론보다 잠재력 확충 등 중장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과거부터 경기 사이클이 2~3년은 오르고 1~2년은 내려가는 방식으로 5년 주기가 진행됐다”며 “그 때마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는 사이클 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초반에 미국을 비롯해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그 결과 아파트담보대출과 신용카드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하라는 방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부정적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현재 제조업 등 전통분야는 호경기에 3~4%, 불경기에 1~2% 성장하는데 이 부문에 국민 80% 이상이 집중돼 있어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하지만 한은 같은 정책당국에서는 아주 강하고 현대화된 부분과 전통적인 부분을 동시에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또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 한국의 성장률이 과연 4~5%에 갇혀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성장세가 큰 폭의 감속 없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투자의 선순환구조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