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산업이 흔들린다] 외국 M&A방어 어떻게

지난해 6월 세계 소프트웨어 2위업체인 오라클은 3위업체인 피플소프트를 51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적대적 M&A를 공개 선언했다. 1위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2~3위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 인수가격이 94억달러로 치솟았음에도 오라클이 뜻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피플소프트의 `독약` 때문이다. `M&A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적대적 M&A는 쉽지않다. 미국의 대부분 대기업들은 자폭장치나 다름없는 `독약처방`(Poison Pill)을 앞세워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적(敵)에 분연히 맞선다. 독약처방은 인수희망자가 대상 기업 주식을 일정량 이상 사모을 경우 대상 기업이 주식을 대량 발행해 물타기를 함으로써 적대적 M&A를 저지하는 방법으로 1980년대 마틴 립튼(Martin Lipton)이라는 사람이 고안해 냈다고 해서 `마틴 립튼법`이라고도 한다. 이 처방은 말 그대로 `독약`이다.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우선주 등을 발행하는 것은 적(敵)이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치명적인 금전적 타격을 주기 위해서지만, 요행히 방어에 성공하게 되면 도리어 치명적 타격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약처방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도 이 조항이 경영진들의 자리 보전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결과 휴렛팩커드와 에너지 회사 엘파소 등 주주들의 요구에 못 이겨 극약처방을 폐기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적대적 M&A에 맞서 이 같은 `독약처방`을 쓸 수 없다. 김하진 미국변호사는 "국내 상법체계상 기업들이 독약처방을 사용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반대)와 대기업(찬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고 소개했다. <문성진 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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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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