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8월 20일] 마지막 말씀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분의 유언으로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듭 되뇌어볼수록 깊은 맛과 따뜻한 감동이 전해졌다. ‘고맙습니다’는 사람 사는 세상에 와서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 수 있었던 데 대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세요’는 그렇게 살아보니 우리가 진정 살면서 해야 할 일은 사랑이더라는 깨달음을 나누고 싶어 한 말씀일 게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데 고마워하고 그 삶을 사랑으로 채워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편의 시를 우리에게 남겼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씀은 아직도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워낙 충격적이었던 만큼 남은 사람들에게 전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삶에서 죽음으로 그토록 갑자기 넘어간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는 사실을 깨달아갈 것이며 ‘누구도 원망 말라’는 말씀대로 세상을 배워나갈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한 후 말씀이 없었다. 그는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했을까. 그는 생전에 많은 말씀을 남겼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씀이 대표적이다. 그 많은 말씀 중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라는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그가 꿈꾼 한국은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였다. 정의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날이 올 때 우리는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최소한의 삶에서 우리보다 못한 남을 돕는 적극적이고 따뜻한 삶을 살며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는 이렇게 세분의 큰 어른을 떠나 보냈다. 세월이 지나면 그분들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잊혀지겠지만 그분들이 남긴 마지막 말씀만은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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