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예방접종위원 대물림 안된다

박상영 <사회부차장>

지난 95년 출범한 예방접종심의위원회가 올 8월로 10년을 맞는다. 위원회는 예방접종 대상의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로 그동안 국가 전염병 정책에 나름대로 기여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업무처리 행태를 봤을 때 성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인적 요소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2003년 8월 출범한 제5기 위원은 15명으로 당연직 공무원 2명을 제외한 11명이 대학병원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위원으로 활동하는 인사도 있고 한번 위원으로 위촉되면 세번 정도 연임하는 것도 다반사인 것은 큰 문제다. 물론 업무의 연속성과 경륜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람을 바꾼다고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특정 대학, 그것도 특정 인맥이 대물림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생물학자ㆍ소비자단체ㆍ언론계ㆍ간호학계ㆍ제약업계 인력을 골고루 보강, 특정 직종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 이참에 위원의 선정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의사 등 특정 직종과 인맥의 편중은 국민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 루비니 MMR 백신의 볼거리 항체 생성률에 문제가 있다는 언론보도가 처음 나간 후 문제 백신에 대해 국내허가 취소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6개월 가까이 소요됐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루비니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고 싱가포르 정부 역시 문제 백신의 국내허가를 취소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의 예방접종위원회는 오랜 기간을 ‘충분한 심의’로 허송했고 WHO의 권고와 싱가포르 정부의 발빠른 조치는 외면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는 알리지 않은 채 ‘행정적 절차’만 밟는 동안 수십만명이 ‘물백신’을 접종받은 것이다. 그래서 올 8월 출범하는 6기 위원들의 면면에 더욱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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