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힘빼고 부드럽게!

2003년 한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노무현 차기 정부가 최근 인수위원회를 통해 준비하는 움직임들을 살펴보면 뭔가 `대단한 것`을 마련하는 듯한 모습이다. 차기 정부가 내건 10대 국가 아젠다의 속내를 언뜻 들여다봐도 낭비 없는 재정운용, 부정부패 척결, 지방대학 집중육성 등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도 후진적이라고 자탄했던 결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고민들이 차곡차곡 들어앉아 있다. 또 동일 노동, 동일 임금원칙, 근로자의 경영권 참여 등등 이상사회를 향한 열정도 상당수 들어가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의식이 흘러넘친다. 차기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비상장ㆍ비등록 공기업 및 사립학교 감리 대상화 등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과 제도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40조원대의 추가 공적자금 조성, 출자총액 제한 및 30대 재벌지정 완화, 재벌소유 금융사의 주식의결권 허용, 언론사 세무조사 중단 등 DJ 정부가 펼쳤던 각종 정치적ㆍ정책적 결정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짚어보겠다고 나섰다. 사실 되짚는 것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차기 정부 측은 “현대상선의 4,000억원 북한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차기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현정부가 고백할 것이 있으면 고백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스스로도 “정책 결정은 나와 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배어나오는)현실논리를 확실하게 배격했다. 지금부터의 대한민국과 이전까지의 한국을 같은 국가라고 바라보면 시대착오라는 경고 같다. 이쯤되면 “도대체 우리는 그동안 어떤 국가에서 살아왔던 것이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같은 시각 속칭 부유층은 달러표시 자산을 만들거나 현금 챙기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국내기업ㆍ외국기업 등 주요 경제주체들은 사실상 투자유보 상태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는 이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진 자들의 `몸사리기`쯤으로 판단하나, 아니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평가하나. 혹시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을 불안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는가. 과유불급. 그동안의 경험 법칙상 의욕이 넘쳐서 잔뜩 힘이 들어가면 십중팔구 헛발질을 했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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