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종자본과 동등 대우" 외국계, 토착화 움직임

암참·SCB이어 뉴브리지도 "세무조사등 수용"<br>"과도한 규제는 외자유치 악영향 줄것" 경고도



해외자본에 대한 정부의 역차별 시정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이 토종자본과 동일한 대우를 받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며 한국에서 장기 영업하는 귀화자본으로서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탈ㆍ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ㆍ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ㆍ암참)는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시장 공정성 조치, 국세청의 불법이득 세무조사 등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국제 상도를 받아들여 토착기업화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단기차익을 내고 빠져나가는 해외자본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투자처인 한국에서 장기 투자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의 조치가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로 갈 것인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과도한 정부 규제가 외국자본유치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임을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의 리처드 블럼 회장은 20일 국세청의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와 관련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세무조사는 물론 부과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카이 나고왈라 제일은행 이사회 의장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외국인 투자저해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기본입장을 강조했다. 또 18일 한국 진출 미국회사들의 모임인 암참도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소득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당한 세금을 징수하거나 법률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사하는 것은 한 국가의 고유권한”이라며 “국제적인 기준에 의해 조사가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달성하려면 외국자본의 역할을 필요하다”며 “국내외 자본간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게 감독당국의 입장이고, 외국자본은 국내에서 현지 관례와 규칙을 따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싸워서 득될것 없다" 장기투자 의지 정부 견제불구 전자·車등 한국 투자메리트 여전 對정부 협력·국민 반감 해소…이미지개선 노려 뉴브리지, 2,000만달러 사회공헌기금 기부도 외국계 투자가들이 연이어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해 수용입장을 ?꽂?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나라에서든지 정부와 싸우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싸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아울러 한국에 장기 투자하려면 한국 정서에 부응해야 하고 한국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토속화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귀화자본화로 해석한다. 단기에 큰 이문을 내 떠나는 이국자본이 아니라 이 땅에서 장기 영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본더만 뉴브리지캐피탈 회장은 20일 "한국경제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사를 밝혔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이를 위해 외국계 사모펀드로서는 처음으로 2,00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기부를 발표했다. 또 외국자본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계 펀드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감 해소는 물론 올 들어 부쩍 강화된 감독당국의 견제와 감시에 따른 화해의 표시라는 시각이다. 한국시장에 들어온 이상 철저히 한국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현지 토착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게 그 배경이다. 머빈 데이비스 SCB그룹 회장도 제일은행 인수 축하행사에서 "한국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존중할 것이며 한국 금융산업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외국계의 국내기업 인수 관련 행사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SCB가 이날 행사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4㎙짜리 백설기 케이크를 등장시키고 노사합의 없이 강제 퇴직이나 해고를 하지 않을 것, 통상임금의 200%에 해당하는 합병 보로금을 지급할 것 등을 약속한 것은 이미지 개선과 한국에의 토착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우리 정부의 해외자본 견제에도 불구하고 외국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을 우수한 투자지역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의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의 김재성 투자전략팀 차장은 "외국투자가들도 우리 정부가 투기성 펀드들에 대해 선별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일과성 해프닝 정도로 보고 있다"며 "공장설립형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인 만큼 최근의 정부 규제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자ㆍ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우수?인력과 기업, 활성화된 시장을 갖추고 있어 소비시장과 부품 납품시장을 노린 해외 기업들의 구미에 맞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제조업 부문의 국내 투자 유입액은 62억1,000만달러로 유출액인 49억9,000만달러를 훨씬 상회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한 임원도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설비 등의 투자를 할 때는 이미 세제혜택과 같은 합법적 지원을 약속받고 들어오므로 일부 투기성 펀드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정상적인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창록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외국자본은 긍정과 부정의 '양날의 칼'을 갖고 있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경영권 위협 등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지나친 외국자본 경계론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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