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6월 11일] 양안의 해빙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는데도 요즘 중국의 TV에는 재해가 할퀴고 간 처참한 상처들을 전하는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다. 이런 와중에 11일 대만에서 오는 장빙쿤(江丙坤)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장 이사장의 방중 의미와 일정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고 그의 방중 활동을 전담 취재할 인력이 430명이나 편성됐을 정도로 손님맞이 준비가 성대하다. 중국인들이 쓰촨 대지진의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장 이사장을 이처럼 뜨겁게 반기는 것은 이번 방중이 중국인들의 오랜 염원인 민족통일과 민족 공동번영을 앞당길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대만 재정부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을 두루 거친 국민당의 실력자로 지난 2005년 국민당 대표단을 이끌고 대륙을 공식 방문하는 등 오랫동안 양안 대화 채널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리덩후이(李登辉) 전 대만 총통이 1990년대 중반 대륙과의 교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계급용인(戒急用忍)’정책으로 선회했을 때도 당내 실력자로서 ‘대륙과의 합작’ 주장을 굽히지 않아 민족협력의 불씨를 살려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은 그런 그가 해기회의 협상 파트너인 천윈린(陳雲林)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나 양안관계의 발전을 위해 큰일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대만은 지난달 말에도 우보슝(吳伯雄) 국민당 주석이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만나 59년 만에 국공합작을 재개하는 등 민족화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대만경제는 양안 간 경제협력 확대에 힘입어 지난 1ㆍ4분기 성장률이 6%를 웃돌았고 수출도 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족화합이 경제활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만과 비슷하게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바뀐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3%로 낮춰졌다. ‘633 프로젝트(성장률 6%, 1인당 국내총생산 3만달러, 실업률 3% 이하)’를 앞세운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정권과 ‘747 프로젝트(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강국 진입)’의 비전을 품고 출범한 이명박 정권은 비슷하게 출발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결과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양안관계의 훈풍을 타고 대만의 새 정부만 자신이 세운 꿈에 더 가까이 다가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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