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26일] 문화전쟁시대, 한우농가에 박수를

지난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144년 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 296권을 사실상 반환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최근 외규장각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파리국립도서관의 사서들이 반환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프랑스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93년 당시 프랑수와 미테랑 전 대통령이 반환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자국 내 반대의견에 부딪혀 반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만은 반드시 고국의 품으로 되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는 과거 불행했던 역사로 인해 많은 유산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은 문화재뿐만이 아니다. 조상의 지혜와 땀이 담긴 우리 것들이 일본이나 중국 것으로 둔갑해 세계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둔갑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의 원형에 첨삭을 하거나 토종과 외래종을 결합하는 등 사례는 무수히 많다. '기무치'가 그러하고 일본 내에서 최고 품질로 인정 받고 있는 화우가 그러하다. 화우의 한 종류로 일본에서 고급육으로 유명한 고베비프의 기원도 한우에서 유래한 것이다. 흔히들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문화가 국력인 시대다. 나라마다 문화 원형을 보존함과 동시에 국제표준화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1년 일본은 기무치를 국제식품규격표준으로 등록하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우리가 적극 대응함으로써 김치가 국제표준으로 등록됐지만 일본의 기무치가 우리의 김치를 제치고 국제표준을 감행한 것은 또 다른 문화공정(文化工程)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문화는 대내적으로는 구성원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소며 대외적으로는 정체성을 표방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유물 한 점, 음식 하나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한우도 예외는 아니다. 한우는 과거 우리 민족에 있어 가축 이전에 식구로 대접 받았고 잔치의 풍성함을 나타낼 정도로 우리 먹거리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당연히 문화 자산으로서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못하다. 미국 등 외국산 쇠고기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우리 아이들의 입맛은 피자나 햄버거에 길들여져 있다. 세월이 흘러 한우가 우리 식탁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문화전쟁시대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땅 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17만 한우농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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