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종열기자의 법조이야기] 육영수여사 피살 범인 문세광 형장의 이슬로

미국이 최근 미 테러사건과 관련하여 테러범들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더러운 전쟁을 불사하고 나섰다.미국은 요인 암살 등을 부활시켜 테러를 응징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만천하에 천명하고 나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KAL기 폭파 사건 등 암살ㆍ테러로 인한 수 많은 사람이 희생된 적이 있다. 특히 지난 70년대 박정희 암살사건 현장에서 대통령 부인 육영수여사가 죽음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탕탕탕' 1974년 8월15일 오전 10시23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거행된 제29회 광복절 기념식장에 때아닌 총성이 울렸다. 범인은 8ㆍ15 경축사를 낭독중인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박 대통령은 재빨리 방탄 단상 밑으로 몸을 숨겼으나 빗겨간 총알이 단상에 앉아있던 육 여사의 머리에 맞아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일교포 2세인 문세광은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범인 문씨는 일본 조선인총연맹으로부터 박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위장여권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단상의 박 대통령을 향하여 권총 4발을 쏜 것이다. 문씨는 체포된 후 20여일 이상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같은 해 9월12일 서울지검 정치근 부장검사에 의해 내란목적의 살인 등 6개 죄명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형사지법 제8부는 74년 10월7일 대법정에서 첫 재판을 열었다. 이 사건은 권종근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이공현ㆍ김의열 판사가 배석을 맡았다. 첫 재판이 열리는 날 법정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졌다. 특히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문 피고인에게 자해 방지용 특수가죽수갑을 채운 채 재판을 진행했다. 문 씨는 일본에서 태어 났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해 법정에서 일본어로 통역하는 재판이 이루어졌다. 선고 공판은 같은 달 19일 열렸다. 재판부는 문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문 피고인은 그래도 살고 싶어서인지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상석 부장판사, 유성균ㆍ고형규 판사)는 같은 해 11월13일 첫 심리를 열었다. 문씨를 위해 국선변호를 맡은 송명관 변호사는 "조총련과 북한 공산주의자의 지시에 따른 꼭두각시 범죄자에 불과하므로 극형만을 면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달 20일 역시 사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홍순엽 대법원판사, 주심 임항준 대법원판사, 민복기ㆍ안병수 대법원판사)도 같은 해 12월17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사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암살범 문세광은 형 확정 일로부터 3일 후, 범행 일로부터는 128일만인 74년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yjyun@sed.co.kr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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