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11테러, 세계경제회복 전기"

■ 블룸버그 통신 보도국제유가 오히려 떨어져 성장견인 "전화위복" "오사마 빈 라덴은 세계 경제에 긍적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 특히 서구 세계는 경기 회복의 기회를 잡게 됐으며,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한마디로 많은 기회들이 그로 인해 만들어진다." 이는 이탈리아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데이터마트 SpA의 지안카를로 지글리오 회장이 9.11 테러 대참사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두 달 전만 해도 세계 경제 침체의 가속 페달 역할을 했던 테러 대참사가 이제는 경기 회복의 모티브로 작용하는 등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파괴였다면 이 같은 시도는 명백히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 예기치 않은 국제유가 하락이 반전 요인 워싱턴 타임스는 테러범들이 9.11 연쇄테러를 자행하며 쓴 비용은 5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 경제는 테러 전쟁 비용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1,0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9.11 테러는 분명 항공업계와 호텔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물론 영화ㆍ제지 등 주변산업에까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는 등 미국과 세계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패놓았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바로 그 테러 참사로 인해 세계 경제는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세계무역센터 등에 대한 테러공격이 예기치 못하게 국제유가의 하락을 초래함으로써 세계 경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두 달 만에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 당 11달러나 떨어지는 등 2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세계 경기의 성장 둔화세가 조기에 끝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HSBC는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떨어지면 세계무역 규모를 연간 0.5%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유가가 내림으로써 절약한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돼 전반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의 글로벌마켓 팀장인 토니 피어슨은 "낮은 유가는 인플레 억제 효과를 발휘, 통화당국이 경기 자극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등 대단히 자극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테러 대참사, 구조조정 촉진하는 요인 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마틴 베일리는 이번 테러 사건이 세계 각국간의 응집력을 높이고 경제정책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 경제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반영, 세계 20개국의 재무장관들은 지난 17일 오타와 회의를 마치면서 세계무역센터 등에 대한 테러 사건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위기를 막으려는 각국의 정책 공조에 앞서 테러사태 자체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요인이 돼 경기 회복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테러 대참사가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표를 앞당겼다는 것. 다트머스 대학의 앤드류 버나드 국제경제학 교수는 "테러사태는 기업들로 하여금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서둘게 해 보다 빠른 회복의 기반을 마련토록 했다"면서 "앞으로 경기는 좀더 침체 국면을 맞더라도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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