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3일] 도시 살리는 '문화의 힘'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해발 2,400m에 위치한 폐광촌 도시 아스펜(Aspen)은 여름이면 음악제의 대명사로 탈바꿈한다. 시카고의 기업가 월터 패프케가 괴테 탄생 200주년 되던 지난 1949년 각계 명사들을 초청한 후 정기적으로 음악제를 개최하면서 주민 6,000여명의 작은 탄광도시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음악명소이자 관광 도시로 재탄생했다.


강효 줄리아드 음대 및 예일대 교수는 1970년대부터 아스펜음악제에 연주가 겸 교수로 참여하면서 도로도 없던 아스펜이 점차 발전하고 그곳의 음악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이 10~20년 후 스타 연주자로 다시 참여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그는 한국에도 공연과 학교를 병행하는 세계적인 음악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의 지원으로 '인간의 몸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m 대관령에서 국제음악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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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까지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실제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명성이 높다. 처음엔 한국의 국제음악제에 의구심을 갖던 아티스트들이 이제는 대관령의 초청을 받고 싶어할 정도다. 첫해인 2004년 1만여명이던 관객은 올해 5만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유발효과가 140억6,000만원이나 된다는 한국리서치 자료(2008년 기준)도 나와 있다. 예술감독인 강 교수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프로그램 구성,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참여 및 교수진과 학생들의 열정 등이 어우러져 빚어낸 성과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산파 역할을 했던 강 교수는 올해를 끝으로 물러나고 정명화ㆍ정경화 교수가 새 예술감독으로 내정됐다. 신임 감독은 음악제를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한편 대관령음악제 음악학교를 거쳐간 연주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스펜음악제의 명성 뒤에는 장영주, 고토 미도리 등 아스펜 출신 연주자들의 힘이 있었다. 음악제 수입으로만 시 재정의 40%를 충당하는 아스펜음악제가 여전히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벤치마킹 대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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