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킹스 스피치

英 국민에 희망 준 '말더듬이王 조지 6세'



"요즘 왕족들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 러시아의 차르도 빌헬름 2세도 몰락했다고. 옛날에는 위엄 있게 군복 입고 말이나 타면 됐지만 이젠 국민 앞에 서서 광대가 되어야 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가운데 마이크 하나가 보란 듯이 우뚝 서있다. 어릴 적부터 말더듬증에 시달려온 버티(콜린 퍼스)에게'방송의 탄생'은 원망스러운 현실이었다. 연설은 커녕 주변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올해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ㆍ감독상ㆍ남우주연상ㆍ각본상을 휩쓴 영화 '킹스 스피치'는 신경성 말더듬증에 시달리던 조지 5세의 둘째 아들이자 후에 조지 6세가 되는 버티가 언어 장애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1세, 존 아담스 등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담은 TV 시리즈 제작에 능력을 발휘했던 톰 후퍼 감독은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올라 2차 세계 대전의 와중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했던 조지 6세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마이크 앞에 서면 침묵하는 버티를 위해 부인 엘리자베스는 언어치료사를 찾아 다닌다. 버티는 가족들만 부르는 조지 6세의 애칭이었으나 당돌하게 그를 버티라 부르는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만난다. 영화는 버티 앞에 놓인 마이크를 클로즈업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포착함으로써 그가 느낄 법한 부담감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의 남우주연상을 휩쓴 콜린 퍼스는"왕이 할 수 있는 건 국민들의 말을 대변해주는 건데 난 말을 못해!"라며 절규하는 영국 왕의 모습과 "좀 더듬어야 사람들이 난 줄 알지"라고 능청스럽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는 보통 인간의 모습을 절도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한다. 감독은 어린 시절은 유모 손에서 자라고 왼손잡이와 안짱다리를 억지로 고쳐야 했으며 언어장애로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았던 버티의 모습을 한 나라의 왕이 아닌 외롭고 답답했던 한 사람으로 그린다. 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에 대한 경외심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더 애정이 느껴진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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