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선 가입자 확보 노려 무상제공 예사/타업체 “고객 빼가기” 공정위 제소 움직임신세기통신이 휴대폰·가입비를 합쳐 10만∼36만2천원만 내면 이동전화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파격적인 신상품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통신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는 단지 이동전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앞으로 등장할 개인휴대통신(PCS) 등 신규사업자들도 신세기식의 「가격보전」을 주요한 마케팅전략으로 구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기통신이 이번에 「회심의 카드」로 내민 패키지상품은 한마디로 「손해보기」전략이다. 20만원의 가입보증금을 가입한 다음달부터 10개월에 걸쳐 분할납부케 하고, 대당 70만원 안팎의 휴대폰을 대리점에서 10만∼25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존 아날로그가입자(한국이동통신 가입자)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신세기에 가입할 경우에는 가입비 7만원을 면제하고 휴대폰 단말기값 10만원만 받으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단말기는 신세기가 직접 파는게 아니다. 단말기 판매가 주수입원인 각 대리점은 정상적으로는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 단말기를 팔 리 없다. 그러나 신세기는 단말기 메이커로부터 휴대폰을 다량 구매(대당 50만∼70만원으로 추정)하여 이를 대리점에 공급한 뒤 「구매액과 대리점 판매액의 차액」 30만∼50만원을 대리점에 보전해준다. 덤핑에 가까운 휴대폰값 10만∼25만원은 그래서 가능하다.
신세기는 단기적으로는 손해보는 장사다. 신세기가 연말까지 추가확보하려는 가입자는 22만명(현재 8만명)인데 1명당 휴대폰판매 차액이 4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 8백80억원을 손해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입자들이 내는 요금에 의해 손실이 충분히 보전될 것으로 신세기측은 보고 있다.
신세기측은 이같은 요금으로도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이번 상품이 「가격파괴」가 아니라 「가격창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자 뿐 아니라 소비자도 이익을 누린다면 당연한 마케팅전략이라는 논리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런 전략은 이미 오래전에 등장했다. 미국은 사업자들이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이 흔하다. PCS와 비슷한 통신서비스로 일본에서 지난해 등장한 PHS의 경우 사업자들이 단말기를 단돈 1천엔(한화 8천원)에 파는 시장진입전략을 폈다. 그에 힘입어 사업자들은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갖고 시장에 파고드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신세기가 휴대폰과 가입비용을 묶어 이번에 내놓은 패키지 상품이 「쇼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실시되기 때문이다.
우선 신세기와 한국이동통신이 경쟁관계에 있는 이동전화시장이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한국이동통신측은 『신세기통신의 패키지상품이 우리고객을 빼내가려는 저의가 있다』며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유인금지」 조항을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에게는 10만원의 단말기값만 받겠다는 것은 명백히 한국이동통신의 아날로그 가입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이동통신의 관계자는 『통신사업은 특성상 통신망 확장과 신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막대하게 소요된다』며 『신세기의 과도한 요금경쟁은 투자여력이라는 측면을 무시하면서까지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개방에 대비한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휴대폰 단말기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세기는 이번 패키지 상품의 해당 단말기로 현대·소니·퀄컴제품만을 못박았다. 때문에 여기서 빠진 삼성·LG측까지 가격파괴의 회오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어 이번 「신세기쇼크」로 단말기시장의 가격구조변화도 예상된다.<이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