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라질 농업 개혁 성공… 지구촌 식량위기 해결 대안되나

[글로벌 포커스] 자본집약적 대형농장 육성·수출 전환 정책 등 힘입어<br>식량 순수입국서 30년만에 세계적 농업 대국 '우뚝'<br>"阿등 저개발국에 비법 전수땐 식량 수급난 해소 기대"



지난달 초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4억달러를 들여 브라질 농장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브라질 언론의 보도가 미국 미디어들을 통해 전세계로 전파됐다. 평소 실물자산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버핏이 브라질 농장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브라질 농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브라질은 이미 세계적인 농업 및 축산 국가이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설탕과 커피, 담배, 쇠고기 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며 콩, 옥수수 등은 미국에 이어 2번째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 분야에서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국으로 대형 농업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그러나 불과 1970년대 초반까지도 대규모 식량 순수입국이었다. 지금처럼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변모한 것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지(紙)는 최근 브라질 농업의 눈부신 성공과 그 원인을 분석해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식 농업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에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밀 등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식량위기가 재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농업혁명의 물결이 저개발 국가들에도 흘러 들어 전세계 식량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 위기를 기회로 = '로마클럽'은 지난 1972년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 전세계가 인구급증과 지나친 경제개발 등으로 자원고갈 및 환경오염, 식량부족 등의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듬해 발생한 '1차 석유파동'은 이러한 경고를 피부로 와 닿게 만들었다. 식량 순수입국이었던 브라질은 이러한 외부위기 때문에 식량수급에 차질을 빚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우려에 처하게 됐다. 당시 군사정권은 '식량문제가 통치에 심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하에 농업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이전까지 브라질 농업은 소규모 영세농 위주의 구조로, 내수시장에 편중됐으며 정부의 직접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의 농업개혁은 정반대였다. 농업 보조금의 삭감을 통해 경쟁력 없는 영세농을 도태시키고 자본집약적인 대형농장 위주로 구조를 개편했다. 내수시장 보다는 해외시장 진출로 정책목표를 전환했고, 삭감한 보조금으로 농업연구청(EMBRAPA) 등 연구기관을 설립해 농업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농업개혁의 성과는 놀라웠다. UN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브라질 곡물 생산량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지난 1996년 230억 헤알에서 2006년 1,080억 헤알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쇠고기의 경우 지난 10년간 수출이 10배 증가했고 콩 생산량은 20년 만에 4배 넘게 늘어났다. 브라질은 특히 열대기후 국가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농업대국이 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업대국들은 모두 농업에 유리한 환경인 온대기후 지역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식량위기를 맞은 뻔한 브라질이 단호한 대처로 오히려 기적을 이뤄냈다"며 "독재적인 군부가 어울리지 않게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 더 많은 경작지, 더 높은 생산성 = 브라질이 곡물 생산을 놀라울 정도로 증대할 수 있었던 것은 경작지를 크게 늘리고 품종 개량과 최신 농법 도입 등으로 생산성을 제고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적의 일등공신은 브라질 농업연구청이다. 브라질은 지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경작지를 3분의 1이나 늘렸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현 경작지 면적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고 EU의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새 경작지의 대부분은 브라질 내륙에 위치한 세하도(Cerradoㆍ열대초원지대)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세하도는 본래 농사에 매우 부적합한 환경이다. 기후가 아프리카의 사바나와 비슷한 데다 특히 토양이 강한 산성으로 영양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업연구청은 산성이 강한 세하도 토양을 중화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매년 최대 2,500만 톤의 석회를 쏟아부었다. 또한 세하도 토양에 강한 저항력을 갖춘 GMO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현재 브라질 농업 생산량의 70%가 세하도에서 나온다. '녹색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인 농학자 노먼 볼로그 박사는 "이 땅이 이처럼 비옥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탄했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첨단 기술과 농법이 동원됐다. 농업연구청은 재배기간을 단축시킨 GMO을 개발, 1년에 2번의 파종과 수확을 가능하게 해 생산량을 늘렸다. 농업연구청은 또한 이종교배를 통해 강한 번식력을 가진 목초를 세하도에 심었다. 이로 인해 목축이 활기를 띠었고, 쇠고기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외에 브라질 농부의 절반 이상이 채택하는 무경간농법(밭을 갈지 않고 도랑에 파종하는 농법) 역시 토양의 유기물 함유를 보존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해 남미의 농업강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상반되게 대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가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농업분야에 총 49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실시,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동안 유지해온 농업개혁의 기본 개념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출량 상한제도 및 고율의 수출세 유지 등을 통해 생산된 곡물을 최대한 국내용으로 묶어뒀다. 올해 25~30%(민간 경제학자들 추정)대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곡물 가격이 따라 오를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서다. 이에 농민들은 곡물생산의 유인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밀 경작지의 면적은 111년 만에 최저치로 줄였다. 전체 곡물생산량도 지난 5년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 농업개혁의 원동력은 정치 =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와 브라질이 풍부한 토지와 수자원, 열대 기후 등 공통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브라질 농업개혁의 비법이 아프리카에 온전히 전수되면 또 한번 '기적'을 일궈낼 것이란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브라질식 농업개혁이 아프리카에서 채택될 지 여부는 결국 정치상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브라질 군부가 농업개혁을 단행한 것이 정권유지 차원인 것임을 감안하면 아프리카 국가들도 식량위기의 심화로 정권기반이 흔들릴 경우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07~2008년의 식량위기 때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성난 국민에 의해 전복된 바 있다. 릭 도너 에모리대 교수는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이 브라질 군부처럼 훌륭한 농업연구기관(농업연구청을 지칭)을 세우게 하려면 어떠한 정치적 압력이 가해져야 할 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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