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대규모 소매점업 고시' 개정안을 보며

지난 1월26일 유통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소매점업 고시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일부 개선권고를 제외하고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규모 소매점업 고시는 공정거래법 23조에서 정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에 대한 세부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기존에는 대형마트ㆍ백화점ㆍTV홈쇼핑업자에만 적용하던 규제를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소매업자로 확대 적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가 모두 적용 대상이 됐으며 개정안에는 판매촉진에 사용된 비용의 분담과 서면계약의 송부의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업체 입장에서는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불필요하게 기업활동을 규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유통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규제대상을 정하며 시장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카탈로그 및 T-커머스, M-커머스 시장도 동일한 규제를 받아 실효성이 의심된다. 또 인터넷 쇼핑몰은 다수 참여자가 경쟁하고 있는 만큼 거래상 지위에 불균형을 찾기 어렵고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공정위의 제재 사례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 있는 규제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판매 촉진비의 사전 분담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유통업자가 판매촉진 비용을 부담할 경우 유통업체는 협력업체의 자발적인 판촉행사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만을 받아들여 신상품과 중소기업 상품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게 된다. 계약서 송부의무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문제다. 연간 2,000만건에 달하는 계약을 공정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교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번 법 개정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래형식과 절차까지 법적인 기준을 정하는 등 지나치게 형식에 몰두한 규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행을 앞둔 고시이니 이를 운용함에 있어 유통업계의 현실과 시장의 자율성, 중소납품업자의 보호 등 당해 고시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다시 한번 심사 숙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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