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버냉키 리플레이션

휘발유와 우유를 사는 30세 이하 미국인들은 지금이 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분명히 느낀다. 다른 세대 사람들도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발언을 들으면서 과거에 익숙했던 용어를 다시 기억해내고 있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FRB는 경기침체(recession)를 더 긴급한 위험으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FRB는 신용경색이 경기침체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내팽개쳤다. 인플레이션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신용경색이 해결된 후에야 FRB는 이를 걱정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위기는 최고조다. 유가는 천문학적으로 올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금은 온스당 1,000달러선이 눈앞이다. 유로는 사상 처음으로 1.50달러가 붕괴됐다. 식품이나 에너지, 상품ㆍ서비스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버냉키 리플레이션(통화 재팽창)으로 불러보자. 지난 10년간 FRB의 두번째 인플레이션 도박이라는 쪽이 더 정확하다. 첫번째는 앨런 그린스펀 FRB 전 의장 시기인 지난 2003~2005년으로 닷컴 붕괴 후 금리를 크게 낮췄을 때다. 상품가격은 크게 올랐고 주택거품이 발생했다. 이는 지금의 신용위기와도 연결된다. 사실 FRB와 뉴욕 월가의 금융가, 워싱턴의 정가는 걱정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리플레이션은 주택문제를 다시 올리고 신용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선 때까지는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 FRB는 지금 지적 합리화에 바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냉키 리플레이션은 부분적인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그것은 소비자의 수입을 강탈하는 것이다. 지금 그들은 또다시 금이나 원유 같은 미래전망을 보여주는 가격 신호를 무시하고 핵심 인플레이션이나 통화공급 같은 잘못된 지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국민은 멍청하지 않다. 국민들은 ‘핵심’ 달러를 가지고 물건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달러가 이전보다 훨씬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안다. 인플레이션은 중산층의 최대 적이다. 리플레이션이라는 판돈에 올인하면서 버냉키와 FRB는 중산층 돈을 갖고 다시 도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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