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반구 덮친 꽃샘추위… 세계 경제회복에 찬물

미국·유럽·중국 등 이상저온에 농산물 피해커소맥 가격 급등<br>소비위축·건설경기에도 악영향


북반구를 중심으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과 유럽ㆍ아시아 등지에서 기록적인 봄 추위가 개인소비를 위축시키고 건설ㆍ농업 분야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미국의 3월 평균 기온은 7.2도로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기온이 한 해 만에 급반전한 것이다. 4월 초부터 27일까지는 미국 전역에서 총 3,368건의 역대 일일 최저기온 기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동기 531건에 그쳤던 것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것이다. 뉴욕에서는 통상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인데도 추위 탓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꽃샘추위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국의 3월 평균 기온은 1910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으며 독일도 3월 기온이 0.1도를 기록해 20세기 이후 네 번째로 낮았다. 이외에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3월 평균 기온도 1952년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은 아시아도 다르지 않다. 중국 동북 지역에는 지난 겨울의 한파가 올봄에도 이어지며 33년 만에 가장 추운 4월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충북 지역의 4월15일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등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북극에 위치한 기압골이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 대기 순환을 저해하고 있는 탓이다. NWS의 그래그 카빈은 "그린란드와 북대서양 인근의 대기가 남반구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제트기류의 유입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지역의 추위도 동시베리아 지역의 상층 기압골이 강하게 위치하면서 대기 흐름을 막은 여파인 것으로 봤다.


이 같은 꽃샘추위는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미약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액 증감률은 전월 대비 -0.4%를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세금인상의 여파도 있지만 봄 추위로 소비자 구매의욕이 떨어진 탓도 컸다. 리테일메트릭스 대표 켄 퍼킨스는 "겨울 같은 날씨가 3월에 지속되면서 의류 등 봄철 상품의 판매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표로 이것이 부진하면 미국 경기 전반에 좋지 않은 신호로 인식된다.

관련기사



꽃샘추위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3차 양적완화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택용 목재 7월물 선물 가격은 1,000보드풋당 351달러를 기록하며 9거래일 연속 하락해 1999년 이후 가장 긴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폴 퀸 RBC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이례적인 봄 추위가 신규 건설을 연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산물도 냉해 피해를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재배되는 겨울 소맥의 올해 생산량이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가격은 벌써부터 꿈틀대기 시작해 4월 초 부셸당 7달러9센트였던 것이 30일 7달러86센트까지 치솟았으며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8달러50센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경제도 꽃샘추위에 얼어붙었다. 영국에서는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감소해 2월의 2.1% 증가에서 급반전됐다. 독일도 건설ㆍ농업ㆍ소매 부문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독일상공회의소(DHIK)는 이로 인한 경제손실이 2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자국 내 대표적 곡창지대인 동북 지역의 이상 저온 현상으로 농업 생산량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북 지역은 옥수수와 콩의 주산지이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중국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