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해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방식을 규정한 것이 주목된다.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과 재처리·재활용(파이로 프로세싱), 영구처분, 해외 위탁처리 등 어떤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양국 간 협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이른바 '추진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한미 양국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 등 미래기술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된 점도 우리 입장에서는 전향적이다.
신협정은 세계 5위 원전 강국인 우리 원자력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전 연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미국의 원전 연료 공급지원 노력을 규정했으며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한 20% 미만의 저농축을 양국 간 협의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우리 원전 수출업계가 요구해온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 등을 자유롭게 재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동의도 확보했다. 또 장래 우리 원전이 미국 업체와 경쟁하게 될 경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수출입 인허가에 대한 신속 처리에도 합의했다.
물론 이번 신협정을 '핵 주권'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과 핵 문제에 관해서는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것 또한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도 국익적 관점에서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바라봐야 하겠다. 무엇보다 핵 재활용을 위한 단초를 열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