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생명보험을 비롯해 실손의료보험ㆍ장기손해보험의 보험료가 줄줄이 올라간다. 오름폭도 상품에 따라 최대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보험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데다 인상폭도 커 고객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고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로 기대에 부풀어 있던 보험 가입자들로서는 당혹스럽게 됐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ㆍ교보생명ㆍ대한생명 등이 자사 생명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평균 5~10% 올릴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이달까지 보험료율 내부 조정을 마치고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과 금융감독원 신고를 거쳐 7월부터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료가 최고 10%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손의료비 특약과 암보장 특약은 40%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 시기는 정치 일정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통상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에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지만 올해는 총선 일정이 있는 만큼 논란의 소지를 가급적 줄이기 위해 7월을 인상 시점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들이 인상 시기를 늦춤에 따라 보험 가입자들도 혼란스럽게 됐다. 보험 가입 시기 등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료 인상은 실제 인상 시행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예고되는데 이번에는 3~4개월이나 앞서 인상 사실이 사실상 공포됐고 인상폭도 매우 커 가입 시기와 상품 등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보험료 인상이 적용되는 7월까지 설계사들이 '곧 보험료가 비싸진다'며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이에 따라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판단,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5면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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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일제히 보험료를 올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1일부터 보험사의 자산운용 예상 수익률을 의미하는 표준이율을 0.25%포인트 낮춘다. 표준이율은 개별 보험사의 예정이율 책정에 영향을 준다.
표준이율은 국고채 금리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한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예정이율의 기준이 되는 표준이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정이율을 내리면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 자본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며 "대다수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표준이율이 0.25%포인트 하락하면 5% 안팎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5~10%의 보험료 인상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기술 발달에 힘입은 수명 연장과 수술ㆍ진료의 보편화도 이번 보험료 인상에 한몫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사망률(1천명당 사망자 수)은 1990년 5.6에서 2010년 5.1로 하락했다. 기대수명 71.3년에서 80.8년으로 늘었다.
사망, 질병, 입원 등의 발생 확률을 나타내는 참조위험률이 다음 달 조정된다. 사망률 하락에 따른 사망보험료 인하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질병보험료는 최고 5% 정도 오르고, 종신보험료와 장기보험료도 1~2% 인상될 전망이다. 보험 가입자의 생존 기록을 축적한 경험생명표도 새로 작성된다. 새 경험생명표는 사망 기한을 110세로 늘릴 예정이다.
경험생명표 재작성으로 연금보험은 보험료가 5% 정도 오르거나 월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 실손의료비 특약과 암보장 특약은 보험료가 20~40% 정도 급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존기간이 길어진 데다 값비싼 수술ㆍ진료가 늘고 의료수가가 올라서다.
실손의료비 보험에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9년 9월까지 불티나게 팔았던 상품의 갱신 시기가 3년 만인 올해 대거 돌아오는 게 특히 부담이다.
금감원은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팔린 실손의료비 보험이 1,500만건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납입액은 1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비나 암보장 보험은 의료비 지급액 증가와 손해율 급등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손해보험의 사망담보나 생존담보 상품은 이번에 일괄적인 보험료 조정 대상에선 제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적용되는 7월까지 설계사들이 '곧 보험료가 비싸진다'며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