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크루즈여행/특급호텔 같은 배안에서 먹고 자고 구경하고…

◎「사랑의 유람선」이 여기있네/골프·스노클링 등 기항지 특성맞는 레저 즐겨/60∼70개 코스… 주로 알래스카·카리브해 몰려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 열대의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는 별들…깎아지른 듯한 빙벽을 튕겨나오는 투명한 햇살… 그리고 문명의 때가 묻지않은 순박한 사람들과 시간이 멈춰져 버린듯 한가한 거리…. 크루즈여행은 이 모든 것들을 바다의 속살이 하얗게 부서지는 뱃전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흔히 「마지막 관광상품」, 「여행의 꽃」으로 불린다. 국내에는 「사랑의 유람선」 등 인기 TV시리즈를 통해 오래전부터 알려지긴 했으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별천지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이 크루즈여행이 최근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의 욕구를 읽어낸 여행사들의 활발한 상품개발등에 힘입어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크루즈여행의 개념=크루즈여행은 완벽한 휴식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여느 여행상품과 확연히 다르다. 숙식을 모두 배안에서 해결하는데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곳에 기항해 있기 때문에 이동을 위해 짐을 새로 꾸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전혀 없다. 하오 5시께 항구를 떠나 밤새 항해, 이튿날 상오 7∼8시면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곳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크루즈여행은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일컬어진다. 여행의 즐거움이 무미건조한 일상적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에 있다면 매일매일이 「낯선 곳에서의 하루」인 크루즈여행이야말로 이 재미를 만끽하는 셈이다. 낮시간에는 기항지특성에 맞춰 골프, 낚시, 스노클링, 승마, 시내관광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카리브해의 크루즈상품은 배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골라 기항하는 까닭에 원시 그대로인 자연경관과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유람선내의 생활=크루즈여행에 투입되는 유람선은 대개 7만톤규모의 대형선박. 길이가 2백50m, 높이 30여m에 선실만도 8백∼1천개에 이른다. 선실의 분위기와 서비스는 특급호텔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으며 수영장, 사우나, 극장, 영화관, 게임룸, 레스토랑, 디스코데크, 이·미용실, 면세점, 라운지, 도서관, 병원등 편의시설도 최고수준이다. 면세점이나 이·미용실, 술을 마시는 경우등을 제외하면 전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식사의 경우 세계각국의 요리가 아침, 점심, 저녁, 밤(하오 11시∼자정)과 중간에 한번씩, 하루 평균 8끼꼴로 제공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때나 식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식당에 가기 싫으면 방에서 주문해도 된다. 추가 부담은 없다. 그리고 선내 곳곳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오락프로그램이 공연되므로 자연스럽게 세계각국에서 온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 ◇국내시판 상품=크루즈여행 상품은 짧게는 6박7일서부터 길게는 2∼3개월짜리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10박11일정도 상품이면(순수 크루즈기간은 7박8일) 크루즈의 진수를 대강은 맛볼 수 있다. 한화관광은 산후안­세인트토마스­그라나다­카라카스­아루바 등 카리브해를 일주하는 10박11일짜리를 내놓고 있는데 내년부터 매년 4∼5회씩 정기적으로 크루즈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도여행사는 마이애미에서 낫소를 거쳐 코코케이를 돌아오는 7박8일일정의 바하마크루즈를, 오아시스와 아주여행사는 산 후안­바바도스­세인트 토마스­산후안의 9박10일짜리 카리비안 크루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아시아지역을 순회하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삼홍여행사는 2만톤급 일본선적 신사쿠라호를 이용, 부산에서 출발해 벳푸­오이타­나라­오사카 등을 순항하는 상품을, 성은여행사는 싱가포르­콸라룸푸르­랑카위­푸켓코스의 상품을 내놓고 고객을 모집중이다. 특히 지난 9월 미국의 카니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현대상선이 본격영업을 시작하면 국내의 크루즈관광은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98년 3월부터 트로피칼호(4만톤급)를 일본, 중국및 동남아, 호주·뉴질랜드노선등에 투입, 운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크루즈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들은 개별여행자가 원할 경우 시판상품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코스를 주선해 줄 수 있다. ◇세계 크루즈시장=연간 8백만명의 여행자가 1백20여척의 선박을 이용, 크루즈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은퇴한 미국인과 유럽인들. 그중에서도 주로 북위18도∼20도에 위치한 지역의 사람들이 특히 크루즈여행을 즐긴다. 이들이 피서와 피한여행의 일환으로 크루즈를 택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5∼6월이나 10∼11월은 자연스럽게 비수기가 된다. 「바다가 있는 곳이면 크루즈가 있다」는 말처럼 크루즈코스는 60∼7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러시아―노르웨이등을 잇는 북유럽노선 몇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알래스카, 카리브해, 지중해에 몰려있다. 이가운데서도 카리브해 크루즈를 이용하는 승객이 전체의 50%를 웃돈다. 따라서 세계유수의 크루즈선사들은 대개 마이애미나 푸에르토리코의 산 후안에 집중돼 있으며 이 곳들은 연중 크루즈승객들로 붐빈다. 각 노선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알래스카와 북유럽노선의 경우 여름철 빙하나 깎아지른 피요르드의 빙벽들, 그리고 북극의 동물들을 관람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 반면 카리브노선은 해양스포츠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즐기는 참여관광 형식을 띠고 있다. 지중해노선은 고대로마와 그리스유적등 풍부한 문화사적지를 돌아보는 문화관광 성격이 짙다.<이종환> ◎인터뷰/크루즈상품 본격 도입/임장규 한화관광 부장/“크루즈 상품 내용 따져보면 비싼가격 아니죠” 남이 안하는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크루즈상품. 특히 최근 해외여행이 단순히 보는 데서 함께 참여해 즐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빠르게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크루즈상품은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용을 곰곰 따져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여행사로는 최초로 본격적인 크루즈상품을 도입, 판매하고 있는 한화관광 해외관광1팀 임장규 부장(39)은 『크루즈구간을 비행기로 여행할 경우 경비도 그렇거니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겠느냐』며 『스낵부터 각종 뷔페까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와 1인당 평균 4명에 달하는 전담서비스맨의 성실한 보살핌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고 강조한다. 림부장은 또 『흔히 한국인 해외여행자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보석, 한약, 전자제품등의 과잉 쇼핑이 없다는 점도 크루즈상품의 잇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관광은 아직은 1년에 3∼4회정도 기획형식으로 크루즈상품을 판매하는데 그치는 실정. 그러나 앞으로는 레귤러상품으로 취급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캐리비언, 알라스카, 지중해등 세계 3대코스의 상품을 골고루 선보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열흘가까이 같은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사귀게 되지요. 다양한 국적과 계층의 사람들과 이처럼 쉽게 교류,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동반할 경우 훌륭한 어학연수도 되는 셈입니다.』 림부장은 『그러나 크루즈상품이 정착되기도 전에 벌써 여행사간 덤핑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상품은 최소 6개월전에 해당 선사에 여행대금을 예치해야하는 등 위험부담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데도 여행사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운영의 노하우가 아닌 가격으로 시장을 확보하려고 해선 다함께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그로인한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까.』<이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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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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