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끝까지 분란만 만드나

“무슨 할 말이 이리 많은지 끝까지 분란만 만들어!” 23일 지각 출근에 잡아탄 택시의 기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라디오에서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 했다. 전날 오후 이 뉴스를 처음 접한 기자는 황당했지만 날카로운 비판 한마디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사의 말은 어떤 명대변인보다 명쾌하고 날카롭게 민초들의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뉴스의 현장에서 매일 뒹굴면서도 뉴스의 가치를 제대로 읽고, 뉴스에 전혀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것은 ‘역시 독자들’이라는 감탄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지난 16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극비리에 만나 나눈 대화록을 유출한 김만복 국정원장의 사표 수리를 거부할 때도 그랬다. 청와대는 김 원장의 유출문건이 ‘진정 국가기밀로 대외비냐’에 초점을 맞추며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파렴치한 변명으로 김 원장의 사표를 뭉개던 날 저녁 이 문제를 안주삼아 테이블에 올린 사람들 대다수는 “어떻게 한 나라의 정보기관장이 기밀보고서를 사적으로 유출할 수 있느냐”며 통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김 원장이 아프카니스탄 납치사건이 해결된 뒤 공개적으로 홍보에 나섰던 일을 기억하는 듯 “연예인이 국정원장이 됐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며 정권을 내주고도 겁 없이 민심을 읽지 못하는 청와대의 오만함에 허탈하고 답답함만이 밀려왔다. 비록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꼼꼼히 챙기고 토론해 새 정부 출범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장ㆍ차관급 19자리를 줄여 자신의 인사권을 잘라내면서도 ‘정부 슬림화’의 대의를 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결단에 큰 틀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1ㆍ16 정부조직개편법안의 국회 통과 후 노무현 대통령이 여기에 사인했다고 해서 추후 이를 국민들이 참여정부의 작품으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걱정을 특히 청와대는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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