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무상버스 달콤함에 숨겨진 독(毒)

김천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때로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공약까지 제시하며 유권자 표심을 자극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상버스 공약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공약은 사회복지 측면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제시했겠지만 교통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무상버스 공약은 일단 달콤하게 들린다. 주민들의 추가적인 세금부담 없이 시행된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게는 월 5만원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보는 셈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무상버스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짚어보자.


최근 교통서비스 이용자는 고급화와 편리함을 강조한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낮고 교통수단이 다양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요금이 교통수단 선택을 좌우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우리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 증가와 더불어 사람들의 시간과 편익성에 대한 가치도 높아졌다. 교통수단의 이용요금보다는 통행속도와 환승 가능 여부나 프라이버시 보장 등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경춘선 전철에 비해 요금이 2배 이상 비싼 경춘선 ITX 급행열차의 하루 평균 이용객이 초기에는 6,000여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1만5,000여명으로 2.5배나 늘어났다. 이는 사람들이 비싸더라도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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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의 대표적 수단인 버스와 지하철은 경쟁 관계지만 교통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한다. 현재 통합환승할인제도가 시행되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업체들에 환승손실보조금으로 매년 약 3,500억원 이상 지원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버스와 버스 혹은 지하철을 결합한 환승 통행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특정 지역의 버스만 무상 운행한다면 지역 간 혹은 수단 간 환승을 하는 이용자에게는 환승 혜택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비용 절감 효과는 체감할 수 없고 무상버스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재정부담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무상버스 정책은 교통데이터 및 교통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무상버스 정책 시행은 교통카드,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등 환승제도와 더불어 발달해 많은 나라에 수출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산업의 위축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교통혼잡이나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과 같은 교통의 사회적 비용은 자가용 승용차 교통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통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교통수요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필요 없는 대중교통 수요 감소도 포함돼야 한다. 대중교통의 기본요금이 불필요한 대중교통 수요를 줄이고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비용부담을 발생시키는 한계 이용자들을 줄일 수 있다.

자가용 중심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가용보다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가격변화에 둔감한 것으로 알려진 대중교통 수요를 단순히 요금인하를 통해 늘리겠다는 정책은 성공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특정 계층의 불필요한 수요 증가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유권자들도 공영제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니 무료가 돼야 한다는 '공영제=무료'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정치적 성향 혹은 개인의 사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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