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금융계에 격동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ㆍ저금리 체제가 본격화되고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개별 금융회사의 수뇌부도 바뀔 가능성이 커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예견된다.
올 한 해를 달굴 이슈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금융 수장 교체될까=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논란 등으로 임기 내내 인사 뒷말이 많았다. 민간영역인 금융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으로 보면 이 정권의 부침에 민감할수록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한다.
금융공기업 수장의 임기만료가 임박한 곳도 적지 않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의 임기가 올해 예정돼 있다.
②올해 경영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올해 시장 환경은 경기침체에 의한 부실채권 증가, 저금리에 따른 운용 수익 감소, 규제 강화와 맞물린 자본 확충 등으로 어느 때보다 팍팍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과다 채무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한계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수납거래 통장 등 저원가성 자금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보험사들도 저축성 보험 위주의 편향된 성장 지양, 금리연동형 보험 상품 확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안정적인 대체투자처 발굴 등에 나서고 있다.
③재테크 관건은 수익보다는 세테크,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저금리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로 세테크가 재테크의 알파요, 오메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자 증세를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기준금액이 올해부터 2,000만원으로 낮아짐에 따라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의 PB창구에는 세금으로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는 비과세ㆍ저율과세ㆍ분리과세 상품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실제로 안정 금융자산에 몰렸던 뭉칫돈들이 올해부터는 주식, 연금, 이자지급 시기가 분산되는 월 지급식 금융상품으로 나눠지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④가계부채 뇌관 관리=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경매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못 건지는 깡통주택 대출자가 19만명에 달한다. 저신용ㆍ다중채무자들은 23만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빚을 탕감해주거나 저리로 장기 분할 상환을 유도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불거질 수 있고 빚을 탕감해도 소득원이 없을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나 금융 당국이 강요에 가까운 밀어붙이기에 나설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침해될 수 있어 올해 내내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⑤금융감독체계 수술대 오를까=박 당선인 측은 내부적으로 국내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부는 명실상부한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로 조직을 나눠 저축은행 사태 재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쌍봉형 구조로 금감원을 바꾸겠다는 것. 하지만 금융감독개편이 정부조직개편이라는 큰 틀의 과제에 우선순위가 밀린 감이 있어 대폭적인 쇄신이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