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 추락하는가/박진근 연세대 교수(송현칼럼)

한국경제는 안착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불행히도 현재의 상황은 그것이 그대로 방치될 때 추락의 가능성이 안착의 가능성을 능가하기 시작하였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의 「안착」이나 「추락」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상태를 뜻하는가. 이는 어떤 물체가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려오는 경우와 낙하산이 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에 내려오는 경우에 각기 해당된다. 결국 안착에 비해 추락은 완전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결과를 낳는다. 우리 경제의 경우 안착은 경제성장률이 5%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상수지가 뚜렷이,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물가, 금리 및 환율 등이 안정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의 각종 비효율성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집약될 수 있다. 따라서 안착은 낮은 성장률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능력의 축적과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추락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급경사로 하향돌파하고 경상수지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환율과 금리가 동반 상승해 경제의 악순환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경제의 자생력 상실에 대한 우려와 위기감이 각종 투기심리로 연결되어 전반적인 사회불안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추락의 충격으로 경제의 자생력이 크게 손상되면 정상적인 정책수단으로는 도저히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게 되어 급기야는 비상수단을 동원하는 게 불가피하게 된다. 물론 우리 국민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 경제의 추락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는 과거 아무리 어려운 경우에 직면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추락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76∼78년 중의 중동특수로 우리 경제는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고 그후 79년말에 나타난 제2차 석유파동이 우리 경제를 내우외환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음으로써 80년의 성장률은 마이너스5%에 달하였다. 또한 당시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최대인 44억달러에 달하였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에 육박하였다. 90∼91년 중 우리 경제는 내수에 의존한 고율성장의 결과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어 적자규모가 7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으며 물가상승률은 9%에 달함으로써 고성장(9%)과 고물가에 따른 높은 금리(20%)로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92년에는 소위 잠재성장률 개념이 강조되면서 당시 6∼7%로 추정된 잠재성장률 수준에 우리 경제를 안착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성장률은 92년 2·4분기 중 일단 6%에 머문 후 93년 상반기까지 1년간 정책적 의지와는 달리 3%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두번에 걸친 이런 어려웠던 경우가 결코 추락이 아니었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80년의 경우 그것은 전세계적 현상이었으므로 그후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선진국들의 회복과정에서 동반회복될 수 있었다. 또한 92∼93년의 경우 그 기간 중 무역수지의 급속한 개선, 물가안정 및 금리안정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경제는 정상적인 정책수단들에 의해 정상궤도로 유인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거의 경우와는 달리 현재의 상황을 추락으로까지 이끌어갈 수도 있는 핵심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외환 위기인 것이다. 무엇이 무엇의 몇%이므로 멕시코의 위기상황까지는 결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용의 희망섞인 분석을 반복하여 듣기에는 심각성의 정도가 너무나 크다. 그야말로 조심스럽고 너무나 예민한 사항이어서 다 털어놓고 논의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입장이다. 외환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현재 위기의 주범인 경상수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외환위기가 도래하는 것도 다만 시간문제로 금년이 아니면 내년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 개선의 초점이 고비용­저효율의 개선이나 산업구조 개편 등 중·장기적 과제에만 치우쳐서도 안된다. 오히려 즉각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단기처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며 이는 주로 우리의 지출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원만하게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핵심적인 요건은 정부가 언론이나 기업가나 근로자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현명하고 강력한 정부여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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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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