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에서 추억의 무대를 마련했다. 「자료로 보는 한국 근현대 100년사, 국사(하)전」이 바로 그것. 17일 오픈해 4월 12일까지 계속되는 장기플랜이다. 국사 하(下)전이라는 제목은 전시내용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전시는 미술이라는 포괄적인 장르 안에 문학·음악·연극·영화·무용 등 예술장르, 그리고 우리의 사회·정치·경제적 흐름을 망라하겠다는 야심적인 기획의도에 사로잡혀 있다. 새 밀레니엄의 초입에 살펴보는 과거 100년사. 그것은 옛 천년의 아날로그와 새천년인 디지털의 화해를 주선하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뿌리를 되새김질하는 복고적 무대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정아 큐레이터는 『국사 하(下)전은 자료전시회로서 우리의 예술사를 열려진 것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신 큐레이터는 이어 『또한 이번 전시는 사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 예술사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는 과거 100년간 한국사회에서 전개된 그 모든 흐름을 대중 앞에 내세우는 전시이며, 혹여 귀족적인 냄새를 풍길지 모르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길거리에 툭 던져놓는 전자민주화시대에 대한 축포인 셈이다.
전시내용은 이렇다. 우선 시대구분을 정권교체기에 맞추어 구별했다. 그만큼 한국사에서 정치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다. 또 해방정국을 중심으로 그 전후를 분리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먼저 방문하는 1층 전시장은 「해방정국」, 2층 전시장은 대한제국에서 일제 식민지까지를, 이어 지하전시장에는 제1공화국에서 문민정부까지의 자료들을 배치했다.
전시자료를 보면 시대상을 알려주는 텔레비전 화면, 영화 장면, 신문 기사, 전시 도록, 각종 포스터, 생음악 방송, 영화잡지, 전단, 소설, 시집 등 실로 다양한 잡동사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성순보(1883년) 창간호, 독립신문, 이해조의 소설 「옥중화」(1913년)등 시대를 말해주는 진귀한 자료가 다수 출품되고, 최근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다룬 신문 기사까지 선보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벽면에 설치된 신문과 자료들,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과 그 시절 그 영화를 보면서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추억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역사의 체험장인 셈이다.
또 전시기간중에 가요사 이야기를 담기 위해 패티김·양희은·이선희·이승철·남진 등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참여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문의 (02)720-5114.
이용웅기자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