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투기장 된 동대문

서울시가 문화관광부로부터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에 대한 관광 특구 지정 승인을 받아낸 지 벌써 5개월째다. 교통 혼잡, 부실한 홍보, 부족한 상가간 교류 등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들이 개선돼 나가는 모습이 조금씩 보여야 할 시점이다. 승인 당시 계획대로 라면 월드컵을 개최한 후라 외국 손님도 늘었어야 하고 지금쯤이면 국내외 홍보도 꽤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동대문에선 '세계적인 패션 상권'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감은 싸늘해 진지 오래고 대신 부동산 업자들의 치열한 임대전쟁만 지역상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유통 채널, 중국산 저가 의류, 지방 신규 패션몰 등 가뜩이나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옷 장사보다 매장 장사가 화제가 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부동산 업자들은 황금의 땅을 찾기라도 한 듯 하다. 지하철 동대문운동장 역을 빠져 나오면 입구마다 분양 안내문이 늘어서 있다. 미어터질 듯 복잡한 곳 인데 저마다 최적의 장소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패션몰을 올린다며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한동안은 같은 땅을 두고 분양회사 두 곳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건물을 올린다며 아옹다옹하더니, 최근엔 공기업인 담배인삼공사까지 건설업체와 함께 동대문에 패션몰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이미 이 지역엔 도매 상권과 소매 상권을 합해 27개 상가, 3만 여 점포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상가별로 빈 매장 수가 늘어나고 점포 당 평균 매출액이 떨어지는 등 공급 과잉 조짐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 진정 동대문을 패션ㆍ문화 관광 특구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행정당국과 상가, 상인이 상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상호 이해를 위한 대화의 기회를 늘려 나가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현재로서도 지겨운 교통체증과 부실한 지역 개발 대책 그리고 난개발에 대한 행정 기관의 무관심이 지역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갈 것이다. 수익 증대다, 사업 다각화다, 분양 업자들의 명분은 멋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업자들이 이익실현을 하고 빠져나간 후엔 남겨진 상인과 쇼핑객들만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정영현<생활산업부>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