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직업재활의 새로운 인식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강도는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상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근로자 만명당 사망자는 1.14명으로 지난 2005년의 1.26명에 비해 약간 하락했지만 독일의 0.25명, 일본의 0.30명, 미국의 0.52명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산업재해에 따른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의 손상은 물론 국가 전체적인 경제적 손실액은 약 15조8,000억원에 이르며 직접적인 보상금은 2005년부터 연간 3조원을 넘어섰다. 산재는 먼저 예방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일단 발생한 산재에 대해서는 신속히 처리해 근로자들이 직업과 사회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요양종결자의 평균요양기간은 지난해 251.7일로 전년도의 272.2일보다 20.5일이 줄었으나 조속한 직업과 사회 복귀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우리나라 산재근로자의 직업복귀율은 46% 수준으로 선진국의 60∼70%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산재 발생 후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적기에 제공됐는지, 직업 및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서비스가 이뤄졌는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했다. 이에 노사정 3자와 공익이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개혁안에 합의했으며 합의 내용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쳐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개정 내용 중 직업재활급여의 도입은 획기적인 것이다. 그동안 예산의 범위 내에서 시행되던 시혜적인 직업재활사업이 근로자의 법적 권리로 보장된 것이다. 재활사업의 중요성이 99년 12월 산재법을 개정할 때 제1조(목적)에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조항이 신설된 이후 8년 만에 실질적인 내용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늦은 출발에 비해 산재보험 재활사업부문의 성장속도는 빠르다. 2001년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활사업이 2007년도에는 의료재활ㆍ직업재활ㆍ사회재활 및 재활사업 인프라부문의 22개 세부사업으로 나뉘어 실시되고 있다. 재활사업 수혜자가 2002년도의 4만6,653명에 비해 2006년도에는 9만6,830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시설복지 측면에서도 산재의료관리원의 경기케어센터의 건립이 완료돼 개원을 앞두고 있으며 태백 진폐 요양원도 거의 준공 단계에 있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산재보험 재활사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재활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독일의 산재보험은 직업재활사업에 2.6%를 지출한 반면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직업재활 및 관련 복지사업을 합해 0.5%에 불과하다. 재활에 대한 투자는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피재자의 조속한 치료와 장해의 최소화, 그리고 직업과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인간주의적 투자다. 의료재활 촉진을 위해 운동치료ㆍ작업치료 등을 급여화하고 직업복귀 촉진을 위해 직업훈련을 확충해 원직장에 복귀가 가능한 이들을 위한 지원제도도 활성화해야 하며 원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직업안정 기능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리고 직업에 복귀할 수 없는 분들의 사회 통합을 제대로 지원하도록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열악한 산재보험 재활사업 여건 속에서 산재장해자들이 희망을 발견해 왔으나 앞으로는 양적ㆍ질적으로 더욱 발전된 재활사업의 토대 위에서 모든 산재장해자들이 ‘재활의 희망’을 단순한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도록 사회 공동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