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무균돼지를 만들어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한 김윤범(76) 시카고 의대 교수가 최근의 황우석 사태에 격노했다.
김 교수는 2004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된 재미 과학자.
김 교수는 최근 제자인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 이왕재 교수와 왕규창 학장에게편지를 보내 앞으로 자신의 허락 없이는 무균돼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의 이런 강경 입장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해 노(老) 교수가 받았을 실망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김 교수는 평생 일군 연구성과를 조국에 전하기 위해 황 교수에게 이종 장기이식 연구에 쓸 무균돼지를 기증했다.
2003년 3월 황 교수의 오른 팔인 이병천 교수를 미국으로 초청, 무균돼지 배아의 체세포 40여 개를 드라이아이스 상자에 넣어 건넸다.
또 2004년 5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서울대 의대 특수생명자원연구동의 무균돼지 실험실에 24마리를 기증했다. 현재 김 교수가 기증한 무균돼지는 80여마리로 불어나 잘 자라고 있다.
당시 이병천 교수에게 기증한 돼지 배아는 김 교수가 직접 어미 돼지의 배를 갈라 얻은 것이었다.
황 교수는 당시 기증받은 무균 돼지 배아를 국내에 '몰래' 들여온 것을 고려말문익점이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온 데 비유하며 "`문익점 할아버지'의 마음 같았다"고 표현했다.
황 교수는 논문 조작과 관련해 지난 12일 마지막으로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인간면역 유전자를 지닌 무균 미니 돼지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며자신의 원천 기술 보유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생물학 및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58년 서울대 의대를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 의대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슬로안-케터링 암연구소를 거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20여년간 시카고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 주임교수로 재직해 왔다.
그는 무균돼지 연구에 45년을 바쳤다. 김 교수는 무균 상태의 면역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196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973년부터 무균돼지를 길러냈다. 무균돼지는수많은 교배를 통해 무균 특성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사육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균돼지는 인체에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인간면역유전자(hDAF)를 보유하고 있다. 몸집도 100㎏ 정도로 비교적 인간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