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부 'BBB급 이하' 회사채 매입 추진

중견기업에 돈 돌게 채권안정펀드 탄력운용키로<br>금융경색 가속화땐 '신속인수제도' 부활도 검토


정부가 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방안을 추진한다. 금융경색이 가속화될 경우에는 긴급처방으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채권안정펀드가 BBB급 이하도 인수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하고 공격적인 운용을 할 것”이라며 “금융경색으로 회사채 차환이나 신규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이 나온다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이 돌아야 투자가 된다=정부가 당초 난색을 표했던 대기업의 회사채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재원인 현금성 자산의 절반 이상이 금융경색에 대비한 차환자금으로 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상장사 내부유보금 393조원 중 현금성 자산이 71조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51조원이 1년 이내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이다. 특히 정부는 건설사와 중견기업들의 회사채 유동성을 확대해줘야 경기부양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8조7,000억원 중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4대그룹과 금융권ㆍ공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이 10조9,700억원으로 59%에 달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600대 기업 중 상위 대기업의 경우 잉여자금이 많아 만기연장에 문제가 없지만 상당수 중견기업은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BBB급 회사채에 정조준=정부가 BBB급 이하 회사채 시장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자금시장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이하 물량은 금리를 아무리 더 얹어줘도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과거 발행했던 물량도 거래가 끊기며 ‘돈맥경화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600대 기업이 올해 투자하는 87조원이 제대로 투자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가 중하위 대기업의 유동성 지원”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지원을 위해 정부는 채권안정펀드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보증을 받아오면 BBB급 이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 회사채 발행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사항인 발행시기 금리를 임원에게 위임하는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해외 채권에 증권회사뿐 아니라 은행ㆍ보험 등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속인수제는 마지막 카드=‘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정부의 회사채 지원방안 중 마지막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다. 이 제도는 지난 2001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 등을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사모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이를 신속히 사들여 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을 봐서 쓸 수 있는 카드”라며 “대상은 상위권 기업이 아닌 중하위권 기업이 발행한 BBB급 이하 회사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이 2001년 당시와 같이 채권시장이 완전히 경색된 것도 아닌데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프라이머리 CBO도 있고 채권안정기금도 있는 만큼 회사채 시장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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