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연봉, 신입사원의 3배… 계열사 배치전환·전직 허용 급하다"

■ 정년 60세 시대 '인건비 폭탄' 현실로

전체 사업장 임금피크제 도입률 10% 불과

강제사항 아닌 탓에 노사갈등 뇌관 될수도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서둘러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20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정년이 늘어난 기간 동안 모기업·자회사로의 배치전환이나 전직을 법적으로 허용한다면 60세 정년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20~30년 장기근속자의 연봉은 신입사원의 3배가 넘습니다. 이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연공성으로는 60세 정년 제도의 연착륙이 불가능합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을 우려하는 한편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정년연장이라는 법적 요건 변화 △뿌리 깊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 노력 부족 등이 맞물려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소장은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노동시장이 고령화되면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직무·성과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투자 여력이 위축된 기업들이 고용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정년연장이 처음 도입되는 내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국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총 115억9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경영계 추산이 실제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6월 기준 대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3.2%에 불과하며 전체 사업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9.9%의 사업장만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은 강제사항이 아닌 탓에 올해 임금단체 협상에서도 이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노사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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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013년 4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문구만 명시했을 뿐 임금피크제 미도입 시의 처벌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방편으로 계열사·자회사 등으로의 배치전환·전직 허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회사나 협력회사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 회사로의 배치전환 등을 법적으로 허용하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직급이나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맡은 업무의 역할과 무게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일본의 역할급이 임금체계 개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특유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우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우리 산업계도 일본 기업의 연공성 완화에 큰 영향을 준 역할급 도입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장기근속자(20~30년)의 연봉은 신입사원의 3.1배로 독일(1.9배)·프랑스(1.4배)·영국(1.5배)·일본(2.4배) 등을 압도하는 실정이다. 반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생산성은 34세 이하와 비교해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사유가 될 소지는 희박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으로 근로자들이 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관련법이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의 노력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현행 판례 등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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