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화와 갈등의 96/전업종·부문서 대연합 러시(96 재계결산)

◎불황여파 생산·마케팅 등 전략적 동맹 줄이어/PCS 「삼성­현대 짝짓기」등 ‘적과의 동침’ 눈길/신규사업 선점 갈등·소주주 경영권 장악 시도도재계의 96년은 갈등이 없진 않았으나 「제휴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략적제휴가 붐을 이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생산·판매제휴를 비롯 대형사업을 위해 경쟁업체간에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도 많았다. 재계를 강타한 불황이 이를 더욱 부추겼고, 미래유망사업을 선점해야 무한경쟁시대에 낙오하지 않는다는 절박한 심정도 이런 붐조성에 크게 작용했다. 특히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은 협력의 틀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 기업간 제휴가 품목·분야·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올해 전략적 제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삼성과 현대의 손잡기. 비록 LG그룹에 사업권을 넘겨주긴 했지만 재계 1·2위를 다투는 이들의 제휴는 「공룡의 결혼」 「라이벌간의 동침」이란 측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메가 컴피티션(대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관계가 동맹관계로 급반전될 수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 PCS등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은 이들외에도 한솔과 데이콤이 손을 잡게 하는 등 재계에 짝짓기를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올해 기업간 제휴는 생산·판매의 제휴에서 기술·물류협력·마케팅협력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협력이 줄을 이었다. LG생활건강과 풀무원(생산용품 생산·판매), 진로와 애경산업(세제류 생산·판매), 애경산업과 도루코(면도기 생산·판매), 제일제당과 사조산업(참치캔 생산·판매), 제일제당과 한진해운(내륙·해상연계운송협력), 신원과 대한통운(물류·전산상호이용), 풀무원과 데이콤(통신서비스상품 공동마케팅)이 손을 잡았다. 여기에 LG전자가 IBM과 PC부문에 대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LG­IBM을 설립하고 삼성전자가 미 선마이크로시스템사와 네트워크 반도체부문에 대한 제휴를 맺는 등 해외기업과의 제휴도 그 어느해 보다 활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사업에 대한 선점경쟁이 격화되면서 갈등구조가 형성되는 계기도 됐다. 현대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둘러싸고 정부와 논리전을 폈고, 효성의 한국카프로락탐 지분매입문제를 놓고 효성과 코오롱이 불법매입 공방전을 벌였다. 효성은 또 법정관리중인 대한유화 지분인수를 놓고 동부그룹과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예전에 쉽게 찾아볼 수없었던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마찰도 많았다. 두산그룹의 주력사인 OB맥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소주사들이 법원에 OB맥주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신청을 제기, 마찰을 빚고 있고 한화그룹의 한화종금에 대해 소주주들이 기업인수및 합병을 시도, 경영권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주식지분에 대한 갈등은 올해 시작됐지만 내년에는 상장법인의 지분한도 폐지에 따라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이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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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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