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훌쩍 넘어 연중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상승장에서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여전히 비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증시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던 CSFB증권과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일 때부터 ‘차익실현’을 외쳤던 씨티글로벌마켓(CGM)증권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 97년 한국 외환위기를 경고해 유명해진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도 비관론자의 대열에 가담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중 부동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속도나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면서도 “이들의 경고가 현실로 드러날지, 경고로 끝날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기 경기회복 어렵다=한국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경기회복이 빨리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24일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서비스 분야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의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이 우려된다”면서 셀 코리아를 권고했다. 또 28일에는 12월 산업활동동향 발표와 관련, “산업활동 동향이 건설수주 부문을 제외하고 여전히 전반적으로 침체된 경기상황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마빈 전무는 “역사적으로 종합주가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GDP 성장률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평가 매력 낮다, 유동성 맹신 우려도=대니얼 유 CGM증권 상무는 “한국 증시는 더 이상 싸지 않다”면서 “현 지수대에서 차익실현하고 추가상승 기대를 낮출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가 780~790선대까지 조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낙관적인 투자자들은 연기금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과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 등을 거론하며 국내 유동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통화량(M2) 대비 시가총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윤석 CSFB증권 전무 역시 “최근 한국증시가 거시 모멘텀 약화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있는 것은 국내 자금유입에 대한 낙관론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국내 수급 개선을 구조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려우며 투자심리가 부정적으로 돌아선다면 국내 유동성은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재평가에는 시간 소요=강세론자들이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증시 재평가’에 대해서도 이들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니얼 유 상무는 “종합주가지수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증시 재평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 재평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기순환의 정도가 줄어들어야 하고 ▦장기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안정적으로 높아져야 하며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