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00일 동안 국제무대에서 아베 총리가 보여 온 광폭 행보의 방향은 미ㆍ일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본격적인 자원외교로 집약된다.
아베 외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주당 정권에서 손상된 미일관계를 복원하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포섭해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을 약화시키고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가 아태 지역을 누비고 다니면서 적잖은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취임 직후부터 가장 공을 들인 미ㆍ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완전 부활을 선언하고 강한 연대를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아베노믹스'에 대해 미국 정부의 지지도 얻어내 엔저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봉쇄 전략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시아를 선택해 중국 견제를 위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를 선언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중국과 돈독한 몽골을 찾아 탄광 및 희토류 개발권을 확보하는 등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혔다.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미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셰일가스 공급을 약속받았고, 몽골 방문에서도 적잖은 자원확보 성과를 얻었다. 이달 말에는 일본 총리로서는 10년만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천연 가스 공급 문제를 협의하고 터키 등 중동지역을 방문해 안정적인 석유확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아직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일본으로서는 중국과의 지나친 관계악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암초가 될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개헌 문제 등 아베 정권의 '극우 색채'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아베 외교에 새로운 갈등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정권기반을 토대로 자신감을 얻은 아베 정권이 한국, 중국 등과 관계 악화를 초래할 극우 행보를 보일 경우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