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조장현 대표, 대기업 박차고 나와 셰프로 제2인생

조장현 레스토랑 키친플로 대표 "요리에 예술적 감각 덧입힐래요"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많다. 기업의 중견간부가 뒤늦게 MBA를 하겠다며 나 홀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고는 라면 끓이기밖에 없던 엔지니어 출신의 대기업 과장이 요리사가 되겠다며 가족과 함께 대책 없는 유학을 떠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일견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불안한 미래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과 용기 없이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프렌치ㆍ이탈리안레스토랑 키친플로를 운영하는 조장현(44ㆍ사진) 대표는 삼성전자 해외영업부에서 팩스ㆍ프린터 수출을 담당하던 10년 전 외환위기 때문에 구조조정으로 동료들이 추풍낙엽 신세가 되는 것을 보고 직업관ㆍ인생관이 달라졌다. 그는 "명예퇴직하던 선배들을 보면서 홀로서기에 관심이 커져 MBA나 공인회계사 등 고급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이왕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면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해서 학창 시절 좋아했던 기억을 더듬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요리사였다. 그림을 좋아하던 그의 예술적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정했지만 한동안 창피해서 주위에 말을 못했다.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영어로 프랑스요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고르던 차에 런던의 프랑스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루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2년 이상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접시닦기도 제대로 못한다며 욕먹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그는 "불과 칼, 그리고 무거운 조리기구로 무장된 주방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며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요리만큼 내게 몰입의 즐거움을 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스스로 완전연소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연소를 넘어 재도 남지 않을 정도"라며 웃었다. 고생고생하며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한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기 전에 운영 등을 배우려고 취직을 시도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요리사를 반기는 곳은 없었다. 결국 레스토랑을 열었고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의 후반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일과가 끝나면 책을 보며 새로운 레서피를 개발하는 '범생이과'다. 레서피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채워넣은 공책이 10권도 넘는다. 그는 "국내 인맥이 넓지 않아 외국을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사례를 응용해 우리 입맛에 접목하기 위한 공부는 끝이 없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10곳 중 9곳은 망한다는 레스토랑을 7년째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새 가게를 열었다. 가게 운영에서 기업 경영이라는 차원으로 한단계 뛰어오르기 위한 도전이다. 그는 "이직률이 높은 직종인 만큼 뚜렷한 비전을 세우지 않으면 인재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점포를 늘려 능력 있는 직원에게 운영권을 맡기면서 성장하는 협업공동체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대표는 이어 "혼자 다 가지겠다면 외로울 수밖에 없지만 나눌 수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가 행복해지고 이익도 더 커질 것"이라며 레스토랑으로 사회적 기업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