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탄력관세제 확 뜯어고친다

물가안정엔 기여 못하고 세금 수입만 축내<br>할당관세 품목 대거 줄이고 잠정세율 부활 검토


정부가 수입관세율을 수시로 낮추거나 높여 물가안정과 산업보호를 위한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던 탄력관세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한다.

주로 수입세율을 낮추는 데 활용돼온 할당관세(탄력관세의 일종)의 경우 무임승차해 나라의 세금수입만 축내온 품목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며 신규 품목 선정기준도 강화된다. 아울러 탄력관세 제도 중 폐지됐던 잠정세율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6년 만에 검토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관세 기준세율(중심세율) 조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말 시효를 맞는 68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연말까지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상반기 중 일몰시한이 돌아오는 29개 품목의 상당수를 조만간 종료하기로 했다.

관계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세율 감면혜택을 받았는데도 국내 유통가격은 떨어지지 않아 물가안정에 기여하지 않는 품목들이 있다"며 "이런 품목 등을 중심으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선정할 때마다 이해관계가 얽힌 업종 등을 중심으로 매번 잡음이 일었던 폐단을 막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해당 방안은 오는 8월께 완성돼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고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할당관세 적용 품목 선정시 미리 공청회를 거치는 등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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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물가안정 효과를 사후 검증하는 방안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국회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2006년 법개정에 따라 2007년 4월부터 폐지된 잠정세율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잠정세율도 할당관세와 마찬가지로 수입관세율을 신축적으로 낮추거나 높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할당관세가 주로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한 세율인하에 이용됐다면 잠정세율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세율인하 속도 감속에 좀 더 활용됐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무역시장 개방추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내수산업 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은 사라진 잠정세율(잠정관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관세 중심세율을 인하할 가능성도 정부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예견되고 있다. 한 관계당국자는 "당장은 할당관세처럼 시급한 사안을 중심으로 개편하겠지만 중심세율도 손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심세율 조정시기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마무리된 뒤가 되리라는 게 관계당국자들의 분석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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