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의 DNA는 다르다] 샘표식품 사장 박진선

"한식 세계화" 러시아등 해외공략 가속 페달


60년 전통의 발효명가 샘표식품. 샘표식품은 1946년 창립이래 간장, 된장, 고추장을 비롯해 다양한 조미식품과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이다. 대표 브랜드인 '샘표'는 지난 1954년 등록돼 국내에서 현존하는 식품 브랜드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샘표간장은 국내 간장 소비시장에서 약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발효전문기업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는 샘표식품이 이제 세계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회사 창립이래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샘표식품은 올해를 글로벌 원년의 해로 삼았다. 그리고 시장개척 선두에는 박진선(59ㆍ사진)사장이 있다. 박 사장은 창업주 박규회 회장의 손자로, 3대째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박 사장에게 해외 진출은 단순한 매출 확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박 사장의 꿈이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우리 음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음식과 문화라는 코드를 가지고 우리의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는 것이 바로 샘표의 글로벌 전략이다. 박 사장은 해외에서 '한국코드' 전략을 몸소 알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베이징대를 방문해 '장수기업의 경영철학'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또 지난 5월에는 베이징대에 한국요리교실강좌를 열고 200명이 넘는 북경대 관계자 대상으로 한식 요리 특강을 개최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샘표는 해외시장 공략 10년 만에 해외수출 1,000만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샘표는 해외 메인 브랜드는 'SEMPIO'로 전세계 62여 개국에 간장을 비롯한 장류 및 소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초기에는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해 왔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 중동, 하와이 등지의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으며 우리 맛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가운데 러시아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간장을 주로 고기에 뿌려서 소스로 이용하거나 꼬치요리 등에 발라서 먹는데, 건강을 위해 소금의 대체 식품으로 간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샘표는 지난 2003년 러시아 시장에 'Achim(아침)'이라는 브랜드로 간장을 첫 출시한 후 현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모스크바에 이르기까지 주요 40여 개 도시 약 4,000여 매장으로까지 유통체인을 확장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특히 지난 3년간 매출이 눈에 띄게 신장되고 있는 곳으로 지난 2005년에는 전년 대비 95%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또한 2006년과 2007년에도 각각 22%, 40%씩 성장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샘표 간장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보다도 훨씬 짜고 단 음식을 먹는 사우디 현지인들에게 간장이 인기 소스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또한 샘표식품은 하와이 현지인 시장에 갈비와 신제품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어 선보였고, 중동과 러시아 지역에 현지인 식생활 패턴에 맞는 150ml 소용량 제품을 새롭게 내놓는 등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올해 샘표가 해외시장에서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곳은 중국이다. 이미 중국 시장 내 100여 군데의 매장에 제품이 입점해 있고, 지난해 중국현지법인이 설립돼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샘표는 중국 프리미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경영철학 - "직원들의 행복이 바로 기업의 행복이다." 박진선 사장의 경영이념은 바로 '직원'이다. 기업 대표로서는 다소 특이한 철학박사라는 이력은 '인간다운 샘표식품'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철학박사 출신 CEO답게 박 사장은 인간에 대한 성찰, 인간의 됨됨이를 강조한다. 박 사장은 "겸손하고 사심없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서로를 존경할 수 있다"며 "기업의 목표는 최대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뿌듯해 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 일 맛나는 기업이 바로 샘표식품의 문화다. 이러한 박 사장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샘표식품에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두 가지 특이한 제도가 있다. 바로 '요리면접'과 '애드립토크'. 샘표식품은 신입사원을 요리실습과정을 통해 선발한다. 식품회사의 임직원이라면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은 갖춰야 한다는 박사장의 지론 때문이다. 애드립 토크는 박사장이 직접 직원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대화창구다. 박 사장은 이 창구를 통해 한명 한명의 직원과 '사장'이 아닌 '인간'으로 만난다. 직접 임직원의 경조사에 참석할 정도로 직원의 곁에서 울고 웃는 인간적인 CEO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닌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자'는 박사장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음식과 문화라는 코드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접점을 찾는 것, 이를 통해 우리 맛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 음식을 통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인간 박진선'의 꿈이다. ■ 박진선 사장 약력 박진선 사장은 1950년 생으로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朴奎會) 선대 회장의 장손이다.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자공학,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학자 출신이다. 샘표식품에는 지난 1990년 부친의 권유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샘표식품 기획실장으로 들어와 전산망 구축을 비롯한 사내 시스템의 선진화에 매진하다 지난 1997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조용하던 간장공장이었던 샘표식품이 지금처럼 역동적인 식품회사로 탈바꿈한 것도 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박 대표는 취임 후 세계적인 규모의 최첨단 이천공장 완공을 비롯해 충북 영동의 제2공장 준공 및 신제품 개발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사장은 현재 샘표식품을 한국인의 맛에서 세계인의 맛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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