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 진단] 원·달러환율 하락 계속되나

내년800원대 전망속 "오를것" 반론도<br>美경기둔화 가속화땐 달러 약세 불가피<br>기업·은행권 불안심리도 하락세 부추겨<br>외환당국선 "급락 일시적…내년 수급 균형"<br>외국투자銀도 6개월후 990원대까지 예상



전 세계를 주름잡던 ‘글로벌 달러화’의 위상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수년간 유지해오던 금리인상 행진이 끝을 보이자 수면 아래 있던 세계 불균형 문제가 다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예외 없이 ‘동아시아 경쟁국들의 환율절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실상은 고금리를 쫓아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 국제 자본의 급속한 이탈을 막아야 된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서면서 국제금융시장의 한복판에 빠져든 원화의 운명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원ㆍ달러 환율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수 밖에 없을까. ‘언뜻 보면 원화환율이 떨어질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상승요인이 더 많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자 외환당국자는 “조선업종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요즘 같은 환율 급락세를 이겨낼 정도의 체질을 갖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씁슬함을 감추기 못했다. 지난 5월8일 927원30전까지 떨어지며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원화환율은 이후 960원대로 올라선 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내년 미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금리 동결 소식은 원화환율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을 강세로 몰아 넣었다. 이 틈새를 노린 역외 투기 세력들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자 원화환율은 순식간에 940원대마저 위협 받고 있다. 때마침 내년에 달러당 800원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한 술 더 떠 원ㆍ엔 환율 마저 하락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 능력이 취약한 수출 기업들은 일제히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감하는 등 수급상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외환당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환율 레벨은 고사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성마저 너무나 불투명해 새로운 변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미 경제 둔화로 달러약세 불가피할 듯=내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 달러화 약세 흐림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경우 달러약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아시아 통화는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중립적 금리전환 선언 이후 중국 위안화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대다수 아시아 통화들이 가파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다. 원화환율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8년동안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이탈 등 자본유출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다. 이는 역외 세력의 공격을 시작하면 국내 기업들이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여기에 은행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사 등 국내 기업들은 올들어 300억달러에 달하는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환율 하락을 내다 본 은행들이 단기 외채로 빌린 자금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외국환 은행들의 외화대출 잔액은 338억달러로 올들어 92억달러나 늘어났다. 2004년과 2005년 연간 증가규모가 14억달러, 49억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환율을 끌어내리는데 확실한 일조를 한 셈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외화 차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달러 당 960원 할 때 달러를 빌려와 환율이 930원으로 떨어지면 갚을 때 그만큼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약세 흐름과 이 같은 기업ㆍ금융권의 불안심리가 더해질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 불구 아시아 통화간 ‘차별화’ 이뤄질 수도 =시장 예상과는 달리 외환당국은 이번 급락은 일시적인 것이며 내년 원화환율은 다른 아시아 통화와는 달리 ‘나홀로 약세(환율상승)’를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들어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이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수급상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중장기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원ㆍ달러 환율 6개월후 전망치를 기존 890원에서 950원으로 60원이나 높였으며 도이체방크도 1년뒤 전망치를 당초 930원에서 950원으로 높였다. JP모건도 올 연말 환율은 980원으로 상승하고 내년 3월말에는 990원대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IB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높아 수년간 지속됐던 달러공급 우위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미 달러화 약세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더라도 원화환율은 별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BNP파리바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통화간 차별화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며 “그동안 절상 폭이 컸던 원화의 경우 예외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조선업종 호황에 따른 선물환 매도공세가 지난 2004년부터 지속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현상이 일단락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쌍둥이 적자’를 걱정해야 될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될 수도 있는데 원화의 가치가 오히려 올라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내적 요인만 보면 환율 상승 요인이 압도적이나 과연 시장에서 원화 약세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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