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서 부채축소 강력 촉구/진로 1조2천억 자구노력 배경

◎“제2의 한보사태” 위기감 의식/자기자본 늘려 재무구조 건실화진로그룹이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펴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자체 자금난 해소 차원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부와 은행권의 대기업 사업조정 및 차입금의존도 완화 방침이 강력히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와 은행권이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해서는 「제2의 한보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정부와 은행권의 대기업 사업조정 유도방침은 기본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대기업들중 상당수가 소유주의 개인자산은 많은데도 불구하고 차입자금에 의존, 무리한 사업확장을 벌인 「자업자득」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와 관련, 자금난에 봉착해 최근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이 적지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난을 겪어온 쌍용자동차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옥과 인천 부평공장의 휠 디스크 공장시설을 상반기중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자금난으로 일부 계열사의 매각설까지 나돌았던 두산그룹은 최근 자회사에 출자했던 자본금중 6천억원 규모를 회수키로 하는 등 과감한 자구노력을 통해 회사경영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최근 경기부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유통, 의류, 건설업종의 일부 업체들도 사업계획을 축소하고 보유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자구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진로의 자금난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전개한 사업확장과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불황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진로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창업 70주년을 맞은 지난 94년 장진호 회장이 맥주사업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한편 해외사업 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부터. 진로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세림개발을 지난 90년 1월 매입한뒤 부지매입비 등으로 2천억원을 쏟아 붓는 등 경영정상화 노력 끝에 지난해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차입으로 금융비용이 급격히 불어났고 지난해 3백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진로베스토아와 진로종합유통 등 유통사업에서도 들어오는 돈 보다는 나가는 돈이 많은데다 세계화전략에 따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복합타운 조성, 중국 소주공장 건설, 첨단 폐기물처리사업 진출 등으로 짧은 시간내 돈의 씀씀이가 두드러지게 커졌다. 이 때문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자본금 1천6백89억원에 부채총액은 무려 3조7천억원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재계 최하위인 4.43%에 불과하다. 이처럼 취약한 자본구조는 올해처럼 경제가 불황을 겪고 금융권이 움츠러든 상황에서는 특단의 노력이 없는한 어려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일단 진로그룹이 이번에 제시한 계획대로만 자산 매각이 추진되고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경우 지금의 자금난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한보사태이후 금융권이 얼어붙어 자금회전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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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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