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장남 100% 지배 비상장기업이 지주사 지분 매입… 허진규, 일감몰아주기 회사 동원 승계 꼼수 논란

일진전기서 100% 일감 받는 일진파트너스<br>매출 136억인데 173억어치 허 회장 주식 사<br>개인돈 대신 법인돈으로 경영권 강화한 꼴<br>경실련 "증여세 회피 전형… 방지 입법 필요"


[br]개인돈 대신 법인돈으로 경영권 강화한 꼴. 양도세 20% 불과 “사실상 증여 아니냐”지적도

총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는 일진그룹의 허진규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비상장사를 동원,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지주사 일부 지분을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에게 사실상 증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진홀딩스는 지난 21일 최대주주 소유주식 변동 공시를 통해 기존 2대주주였던 허 회장 지분 753만5,897주(15.27%)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계열사인 일진파트너스에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일진파트너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1,215만8,329주(24.64%)를 확보, 일진홀딩스의 새로운 2대주주이자 일진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올라서게 됐다.

문제는 허 대표가 일진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허 대표는 자기돈 전혀 없이 100% 지배하고 있는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추가로 일진홀딩스 지분 24.64%를 거머쥐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더해 허 회장 일가는 20% 세율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돼 세율이 50%에 육박하는 증여세를 회피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진그룹이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인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은 정당하지 못한 꼼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진전기가 벌어들인 돈이 일진파트너스로 흘러들면서 2세 경영권 강화에 쓰인 게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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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화물운송 등 물류회사인 일진파트너스는 매출 전액이 일진홀딩스 자회사인 일진전기에서 발생한다. 이를 통해 지난 2010년 34억원, 2011년 90억원에 이어 지난해 13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매출액 100%가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데다 허 대표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더욱이 일진파트너스의 지난해 매출은 136억원에 불과해 173억원이 넘는 허 회장의 지분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일진홀딩스의 종가는 2,300원으로 이날 매각한 허 회장의 총 지분가는 173억3,256만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지난해말 기준 일진파트너스의 유동성자산은 120억7,626만원, 이중에서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억원에 불과하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이번 허 회장 일가의 행태를 두고 상속ㆍ증여세 등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 사례라며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이번 일진그룹의 승계 방식은 상속ㆍ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차라리 이러한 과정이 잘 공개라도 되는데 중견기업들만 해도 아직까지 일진과 같은 우회거래 방식을 많이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망을 피해 2세 승계를 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관련한 포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일진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왜 지분을 허 대표 개인이 아닌 계열사에 팔았는지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며 “주식 매매 후 세금 등 필요한 법적 절차도 다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진홀딩스는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일진전기를 비롯해 일진다이아몬드ㆍ알피니언ㆍ아이텍ㆍ일진디앤코ㆍ전주방송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다. 기존 1대주주인 허 대표의 보유 지분이 1,437만1,923주(29.12%)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을 통해 53% 이상의 지분이 확보돼 사실상 장남 승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일진그룹은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티리얼즈 등 다른 계열사를 모두 더해 지난해 2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일진그룹의 매출이 3조원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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