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외국인 투자가 역할 인정해주자

우리가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유치해 떠들썩했던 20여년 전. 당시 아일랜드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많고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서유럽의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로 우리의 두 배에 달하는 선진국이 됐다. 20여년 전 사회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겨우 미동을 시작했던 문화혁명의 중국도 최근 수년째 연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올라 세계의 자본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비슷한 기간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500~1,00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맴돌았다. 그러더니 지난해 1,000포인트를 돌파해 이제는 1,400포인트대에 가뿐히 올라섰다. IMF 직후 56조원까지 떨어졌던 증시 시가총액은 12배나 증가한 660조원을 넘어섰다. 아일랜드와 중국 경제, 그리고 한국증시가 이렇듯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외국자본 덕분이었다. 아일랜드와 중국 경제발전의 뒤에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아일랜드에서는 정부가 해외 기업에 땅도 공짜로 주고 외국기업 주재원에게 이삿짐 배달에서부터 아이들 입학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다. 중국도 투자유치를 위해 정부관료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승수효과가 큰 투자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주식을 매수한 후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일부 외국계 펀드를 보고 우려하거나 대규모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버린 외국인 투자자를 보고 국부유출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국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투명하게 운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주가가 올라 기업 및 주주가치가 높아지게 될 뿐 아니라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외국인 투자 증가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투자관행이 정착되고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을 확대해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뒤따른다. 이러한 외국인이 떠나버리면 우리 증시와 경제는 어떻게 될까. 우리 시장이 12배나 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이제는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바라보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일랜드처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대하지는 못할지언정 차별하거나 국내기업 또는 기관투자가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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