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강남 세무서 등 세금 탈루 혐의 짙은 고소득자에 세무조사 대상 누락 및 축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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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1살 이던 △△△는 그 해 12월부터 5개월 간 아버지가 취득한 주식대금 54억 5,900만원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이후에도 △△△의 이름으로 주식을 취득해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이 같은 혐의를 알고 자금출처조사를 계획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식 대금이 아니라 강원도 횡성군에 사둔 땅을 조사했다. 검찰이 △△△아버지를 고발했다는 공시 내용은 들춰 보지도 않았다. 그 결과 △△△는 증여세 41억 3,878만원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2
강남에 사업체를 둔 침구제조업체 대표 OOO는 2008년 13억 5,200만원의 세금 탈루 혐의를 받고 있었다. OOO는 정기 세무조사 우선 대상자로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강남세무서는 그의 탈루 금액을 3억 2,500만원으로 낮춰 서울지방국세청에 보고했다. 그 결과 OOO 보다 세금 탈루 혐의 금액이 훨씬 낮은 엉뚱한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일부 고소득자와 법인에 눈속임으로 세무조사를 면제해 준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부 고소득자가 세금을 탈루한 것은 물론, 엉뚱한 사람이 세무조사를 받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입수한 감사원의 2010년 국세청 감사보고서를 보면 각 지역의 세무서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루 혐의가 짙은 사람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혐의 처리했다. 월급쟁이에 비해 소득탈루율이 높은 자영업자를 각 지방의 세무서가 알아서 보호해 주고 있는 셈이다. 조세연구원의 2010년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가 신고하지 않은 소득비율(소득 탈루율)은 2007년에는 23.8%에서 2008년에는 24.3%로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은 세무조사 대상 제외다. 광주지방국세청은 2007년 소득탈루 혐의 금액이 168억원에 이르는데도, 29억원으로 낮춰 평가해 세무조사 대상에서 뺐다. 2008년 역시 115억원 소득탈루 혐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 아예 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세무조사 대상에 오르는 역풍을 맞는 점이다. 강남세무서는 세금 탈루혐의 금액이 높은 고소득자를 세무조사 대상에 제외한 반면 일자리를 창출해 세무조사 면제대상인 중소기업을 세무조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각 지역 세무서의 탈법적인 눈감아 주기가 계속되면서 2010년 정부가 걷기로 한 징수결정액 가운데 수납한 액수는 5,532억 4300만원으로 31.2%에 그쳤다. 받지 못한 세금 가운데 체납자의 거소 불명 등으로 정부가 징수를 포기한 세금인 불납결손액은 5,502억 2,100만원에 이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ㆍ소득세 추가 감세 논쟁이 시끄럽지만 그것으로는 각종 편법으로 세금을 피해가는 숨은 고소득자를 잡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