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인영 특파원】 단돈 100달러를 들고 17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 학생이 36년 후 자산 2,000억달러에 미국 내 랭킹7위인 웰스 파고 은행의 수석부사장에 올랐다. 웰스 파고 은행은 24일 한국계 금융인인 손성원(孫聖源·53·사진)씨를 수석부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웰스 파고는 최근 미국 중부의 노웨스트 은행과 합병하면서 자산규모에서 미국 내 7위, 순이익에서는 3위인 굴지의 은행.
孫부사장은 미국 유력언론에도 잘 알려진 경제평론가. 뉴욕 타임스·월 스트리트 저널·USA 투데이·블룸버그·로이터 등이 미국 및 세계경제에 관한 그의 논평을 자주 싣는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그를 소개하면서 『아주 난해한 주제를 쉬운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평한 바 있다.
孫씨는 62년 광주고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에 홀로 태평양을 건너왔다. 기회의 땅 미국은 그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었고, 고생 끝에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그는 당시 유명한 수학자였던 존 노이먼씨의 소개로 닉슨과 포드 대통령 때인 73, 74년 백악관에 들어가 금융·주식·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수석경제비서관을 역임했다.
백악관에서 나온 孫박사는 미네소타주에 본사를 둔 노웨스트 은행을 선택, 경제자문위원으로 일했다. 몇차례나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총재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며 1년에 두 차례씩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 만나 미국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미국 중부의 유명 금융인이다. 그는 웰스 파고에서 경제분석은 물론 자산운영 및 관리·대정부관계 등을 맡게 된다.
광주에 노모가 계시기 때문에 자주 한국을 들른다는 孫씨는 한국 경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경제가 회복되는 듯하지만 사이클상의 전환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5대 재벌의 금융 독식, 족벌경영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경제회복은 일시적인 데 그칠 공산이 크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