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들이 주장한 우회송전이나 지중화보다 보상확대로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었으나 기획재정부에 막혔다. 기재부는 송변전 주변시설에 대한 지원은 사업시행자인 한전이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에너지 시설 주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막대한 재원을 우려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기재부의 논리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달린 주요 국가사업에 대해 정부 부처끼리 불과 며칠 사이에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주에는 한전 부사장이 주민들을 자극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원전수출 계약과 연계돼 있으며 반대 주민들은 그 사람들(가톨릭ㆍ반핵단체)에게 세뇌됐다는 발언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나 한전이나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사표를 제출한 한전 부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정권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정도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불거진 원전부품 비리 의혹은 전력수급 개선을 위해 밀양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를 옹색하게 만들고 있다. 주민들은 전체 전력의 1.7% 정도를 차지할 밀양 송전선로의 공사지연보다 원전가동 중단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떨어졌는데도 정부가 모든 책임을 밀양 주민들에게 돌린다고 주장해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졸속행정과 부처 간 엇박자도 사실이지만 전력수급 불안도 사실이다. 어떤 식이든 갈등의 봉합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국회가 29일 내놓을 중재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 주민들도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면 그 결론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니 대화가 최우선이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