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은 실패가 아닙니다"
IMF퇴출 이겨낸 선배들의 충고
"실직자 여러분께. 저도 IMF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3년전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역경이 전화위복으로."
충남 서산에서 난(蘭) 농장을 경영하는 정은면(39)씨는 3년전의 자신을 다시 떠올리며 최근 인터넷에 '실직을 오히려 기회로 삼으라'는 충고의 글을 올렸다.
"동기들 보다 고속으로 승진을 거듭할때는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퇴출 통보를 받고 보니 무엇보다 패배한 인간으로 낙인 찍힐까 두려웠습니다" 모 은행 차장으로 잘 나가다 퇴출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은 97년 12월을 정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정씨는 실직후 조급한 마음에 백방으로 뛰며 일자리를 알아 보았지만 때가 때인지라 영 신통치 않았다. 6개월간을 방황하며 지낸 정씨는 이렇게 인생을 그만둘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 갔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동안 직장일로 하지 못했던 대학시절 자신의 전공을 살려 난 재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실직을 오히려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을 뿐 아니라 지금은 서산에서 3,000여평에 이르는 난 농장주로 훌륭하게 재기했다.
정씨는 지금 실직을 당한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퇴직 후 곧바로 어떤 일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저와 같이 실직한 동료들의 경우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실수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의에 빠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보고 듣고 생각 하십시요"
매일 출근하던 일터를 잃으면 마음이 조급해져 아무 일이나 달려들게 되는데 이것을 조심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자신에 맞는 일을 찾으면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모 인터넷회사에서 중역을 맡고 있는 김석규(41)씨도 전에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1년여 동안 실직자 생활 후 어렵게 재기한 경우다.
"98년초 다니던 회사가 부도날 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지 않던가요. 결국 전직장 보다 훨씬 더 적성에 맞는 새 일을 찾았으니 말입니다"
김씨는 무엇보다 실직하면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재교육에 투자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김씨도 직장을 잃은 후 거의 매일 친구들을 찾아 술마시는 일에 세월을 허비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그 동안 미뤄왔던 영어회화와 컴퓨터 등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김씨는 1년여만에 후배들과 벤처기업을 차려 재기에 성공했고 현재는 중견 인터넷기업에 지분참여 방식으로 인수합병돼 그 회사의 어엿한 중역자리에 앉아있다.
실업종합지원 서울센터에서 상담을 맡고있는 유의선씨는 "실직을 당하게 되면 경제적인 부분보다 우선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다"면서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조급하게 무조건 직장을 구하기 보다 자기적성을 찾아 열심히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직자 10계명
1.당황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라.
2.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라.
3.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라.
4.더욱 가정적으로 가족과 함께 의논하라.
5.실직기간을 자신의 재교육 시간으로.
6.항상 재기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져라.
7.친구ㆍ친지 등을 만나 조언을 들어라.
8.오히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라.
9.자기적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10.새 일자리 마련은 신중하게.
최석영기자
입력시간 2000/11/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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